개미 '역대급 물타기'도 소용 없어…'5.5만 전자' 반등 관건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연이은 악재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3분기 실적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까지 불거지며 외국인 이탈 규모가 커진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저평가 국면이라면서도 반등을 가져올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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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넘게 하락세… 트럼프 리스크까지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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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1일 경신한 52주 최저가 5만5000원은 올해 7월11일 최고가 8만8800원과 비교하면 38% 폭락한 가격이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10% 폭락한 8월5일 종가(7만1400원)와 비교해도 23% 낮다. 삼성전자는 8월 중순까지 회복세를 보였다가 3개월 가까이 지속해서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래픽=이지혜 기자.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3분기 어닝쇼크를 냈고 트럼프 리스크까지 반영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반도체 칩 지원 및 과학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레드 스윕'이 현실화할 경우 칩스법 폐기나 지원 규모 축소가 추진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수출에 제동을 걸 위험성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30년까지 투자 예정 규모가 450억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64억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 약속을 그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을 하고 있다. /사진: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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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또 파는' 외국인… "역사적 저점이나 상승동력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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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삼성전자를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9월3일부터 10월25일까지 3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2조9394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28~29일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다시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단행했다. 개인이 역대급 물타기를 동원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았지만, 반등은 요원하다. 지난달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어닝 쇼크 직후 11만~13만원대에 형성됐던 증권사 목표주가는 8만~9만원대로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삼성전자의 반등을 가져올 상승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하인 역사적 저점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적극적인 매수를 추천하진 않는다. 아직 엔비디아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4분기 HBM 매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부진은 단순히 HBM 문제가 아니라 경쟁사에 비해 근본적인 기술력 격차가 이미 벌어진 데에서 비롯됐다"며 "많은 투자자가 실망한 가운데 기술력 회복 방안을 실제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한 게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품질 관련 이슈가 전 제품에 걸쳐 제기됐다"며 "이 문제를 2025년에는 해결할 수 있는지가 주가 반등, 수익성 개선, DS 사업부의 경쟁력 회복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 가능성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