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매출 5억 찍었는데" 제주의 명동 어쩌다…상인도 떠난다[르포]

머니투데이 제주=김지은 기자, 제주=최지은 기자 | 2024.11.13 13:30

[MT리포트/근심 쌓이는 제주, '삼우도(3憂島)']③한 때 '제주살이 열풍' …지금은 '눈물의 반값 할인 분양'

편집자주 | 제주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잇따른 '바가지 논란'에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기후변화로 농수산물 생산 또한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때 과잉 투자한 후유증으로 부동산 경기 또한 침체를 겪고 있다. 제주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도로에 걸린 현수막 모습. 눈물의 반값 할인 분양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아파트. 준공된 지 3년 정도 된 이 아파트에는 120세대 중 37%가 미분양 상태다. 현재 해당 아파트는 공매로 나왔다. 해당 아파트는 제주 국제학교와 위치가 가깝고 주변에 산방산이 있어 투자 가치가 높다고 입소문이 나 과거 3억 중후반대에서 4억 후반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현재 2억5000만원대에서 3억대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2년 전 서울에서 이곳 일대로 이사 온 김모씨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 연세가 2000만원대였는데 올해 1000만원대로 깎았다"며 "제가 사는 아파트 1층도 다 비어있다. 일대 부동산 가격이 거의 다 떨어졌다"고 했다.

한 때 제주살이 열풍이 불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올해 발표한 '제주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202호였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6월 1414호 △7월 1369호 △8월 1409호로 증가세를 보였다. 애월읍이 598호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영어교육도시가 있는 대정읍(376호), 안덕면(268호)이었다.



"일 매출 4억도 찍었는데…" 손님 사라진 제주 칠성로



지난 7일 방문한 제주시 칠성로 모습. 손님들이 많이 없어 휑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7일 제주의 명동이라고 불렸던 제주시 칠성로 상권 주변에도 공실이 급증했다. 제주 도시재생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칠성로 1~4가 66개 건물(총 310실) 중 공실은 77개소(25%)로 조사됐다.

이날 방문한 칠성로 일대에는 곳곳에 '임대'(권리금 없음) 표시가 눈에 띄었다. 3개 점포가 연달아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호황일 때 "손님들이 옷을 보따리로 사가고 13평짜리 옷 가게에서 월 매출 4억~5억원을 찍었다"던 그 거리다.

상인들도 고민이 깊어진다. 이곳에서 40년간 가게를 운영했다는 김모씨는 "예전에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일했다"며 "지금은 사람이 없어서 아침 10시에 와서 밤 6시쯤 문 닫는다"고 했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권리금이 있어도 1억~2억씩 주고 들어가려고 했다"며 "지금 그런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 부동산 시장 주춤… "코로나19 과잉 투자 후유증"



제주 제주시 칠성로 거리에 한 상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임대 문의글과 함께 권리금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제주 내 미분양 및 공실 사태는 '코로나19(COVID-19) 과잉 투자 후유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주는 그동안 지역개발산업 일환으로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등 각종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코로나19 당시 해외 유학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제주로 몰렸고 부동산 가격 역시 높게 형성됐다. 최근에는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게 됐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코로나19 끝나고 영어 유치원도 원생이 없어서 사라지고 있다"며 "국제학교는 특성상 방학이 길어서 그 기간에 문 닫는 상가들도 늘어났다. 편의시설이 없어지니까 여기 살던 사람들도 이사를 간다"라고 했다.

칠성로 일대도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칠성로 일대에 공실이 많아진 건 몇년 됐다"며 "한창 손님이 많을 때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몰려들었던 상인들이 한 두명씩 빠져나갔다. 거리가 텅 비니까 손님들 발길은 점점 더 끊기고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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