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제주 방어회.'
제주자치경찰단 수사과는 지난 2월 제주시에 있는 한 수산업체에 기습 방문했다. 식당 메뉴판을 살펴보니 겨울철 대표 횟감인 방어는 원산지가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단속에 나선 박태언 제주자치경찰단 기획민생수사팀장은 방어가 정말 국내산이 맞는지 되물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으로부터 제공 받은 수입수산물 이력제 시스템에는 일본산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업주는 눈치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제주가 관광객의 신뢰를 잃은 데는 '비계 삼겹살', '5만원 해산물' 등 바가지 물가 논란이 한 몫을 했다. 소비자 알 권리는 물론 제주 상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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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서귀포 귤, 중국산 고춧가루에 일본산 방어까지 ━
제주자치경찰단은 올해 일본산 방어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하거나 원산지를 미표시한 업체 7곳을 적발했다. 이들이 판매한 일본산 방어 물량은 4.6톤(t)으로 추산됐다.
적발된 업체 7곳 중 5곳은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등에 관한 법상 거짓표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개 업소는 원산지를 미표시한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제주자치경찰단은 또 △백돼지를 흑돼지로 둔갑시킨 사례 4건 △제주시귤을 서귀포시 귤로 표시한 사례 1건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사례 2건 등도 적발했다. 업주들은 경찰 조사에서 "흑돼지 물량 공급이 부족해 백돼지를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에는 일본산 옥돔을 국내산으로 바꿔치기 한 유통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농산물 도매 시장에서 제주시 귤보다 서귀포시 귤값이 높게 책정되는 것을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자치경찰단은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도로에 잠복하면서 제주시 귤을 싣고 가는 트럭을 살폈다. 이후 선과장에서 서귀포시로 표시된 박스에 귤을 포장하는 것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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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단 "제주 이미지 회복 위해 노력할 것"━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원산지표시 위반 건수는 △2021년 8건 △2022년 16건 △2023년 19건 △2024년 1~10월 15건이었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2건, 올해 1~10월 5건이었다.
박 팀장은 "조리된 음식은 일반 소비자가 특히 더 구분하기 어렵다"며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수산물품질관리원 누리집을 보면 먹거리 구분 방법과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 등이 적혀 있다. 업체 주소와 명칭까지 모두 공개된다"고 했다.
제주자치경찰단 수사과는 제주 대표 먹거리 외에도 산림, 환경, 관광, 위생 등 19개 분야 93개 법률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올 겨울에도 또 다른 아이템을 찾아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 팀장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도민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제주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주 관광 이미지가 회복 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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