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자본효율성이지…ROE 아냐" 밸류업지수·공시에 쓴소리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 2024.11.12 06:00

이상헌 iM증권 연구원 인터뷰
고PBR, 고ROE는 밸류업지수 기준 될 수 없어
기업 밸류업공시 발표할때 메타인지 가져야

이상헌 iM증권 연구원. /사진=김창현 기자
"공공사업하듯 지수를 만들면 안됩니다. 지금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낮아도 자본을 활용해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일 수 있는 상장사가 밸류업지수에 편입돼야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지주사 전문가로 알려진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월 한국거래소와 유관기관이 발표한 밸류업지수가 정책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PBR, 고ROE, 시가총액기준, 개별종목 편입비중 15% 상한캡 등 거래소 스스로가 내놓은 기준들이 발목을 잡아 자본효율성을 건드려 저평가된 주식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밸류업정책 핵심을 구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밸류업정책에 발맞춰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고 주가가 오를 여력이 있는 상장사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지수가 보여줘야하는데 PBR이 낮은 종목은 스크리닝 단계에서 배제하는 등 거래소가 스스로 제약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그 결과 편입되어야하는 종목은 들어가지 못하고 편입되지 말아야 할 종목은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보기술관련 상장사들이 밸류업정책과 결이 맞지 않음에도 밸류업지수에 편입됐다고 바라봤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년간은 경기가 회복되며 ROE가 개선세를 보였지만 시클리컬(경기순환)주인만큼 앞으로도 이정도의 수익성을 낼 것이라 담보할 수 없는 탓이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업종을 포함해 코스닥 상장사들도 밸류업지수 구성종목에서 최소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자본이 적어 자본효율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수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밸류업지수 수익률이 코스피, 코스피200 등 국내 주요지수를 앞질렀다고 하지만 밸류업지수를 견인한 SK하이닉스, 고려아연이 밸류업정책 때문에 주가가 올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반짝 주목받았다가 투자자들 뇌리에 잊힌 그저그런 지수 중 하나가 되지 않으려면 밸류업정책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종목을 지수에 편입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 등 밸류업정책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밸류업지수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정책과 맞물려 기업이 스스로 노력해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업종은 밸류업정책이 발표된 올해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우수한 수익률을 보이며 시장에서 대표적인 밸류업관련업종으로 여긴다. KRX은행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35% 상승했다. 하지만 낮은 PBR로 일부 은행주는 밸류업지수에서 제외되기도했다. 현재 은행업종의 PBR은 0.49배에 그친다.

이 연구원은 "은행업종을 대표적으로 꼽았지만 꼭 은행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며 "지수개발자들이 지금보다 더 민감하게 종목을 스크리닝해야한다"고 말했다.


밸류업공시 우후죽순 나오는데, "현황 파악 못하는 상장사 다수"


이 연구원은 밸류업공시에 대해서도 IR(기업설명회) 자료집을 그저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하는 수준의 공시가 다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업황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단순히 향후 몇년간 이익을 늘려 ROE를 개선하겠다는 근거없는 공수표를 남발하는 경우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부 지주사 밸류업공시도 허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지주사는 본업에서 수익성이 많이 나지 않는 대신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인 ROE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매입 후 소각 등 자본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밸류업공시를 내놓은 SK 등은 자본의 활용성에 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여태껏 이익을 늘리지 못했던 기업이 향후 3년, 5년 안에 이익을 갑자기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지주사 중에서는 SK의 밸류업공시 내용이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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