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돌직구' 마무리가 2명이라고? 류중일호 '행복한 고민', 연막작전 속 클로저 선택 고심

스타뉴스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 2024.11.11 05:41
박영현(왼쪽)과 김택연이 10일 대만 타이베이시의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CPBL) 웨이취안 드래곤스와 평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사령탑도 철저히 숨기고 있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의 마무리투수는 누가 될까. 그 후보 중 한 명인 '특급 루키'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직접 입을 열었다.

김택연은 10일 대만 타이베이시의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CPBL) 웨이취안 드래곤스와 평가전 승리(5-1) 후 취재진과 만나 "(마무리는) 당연히 (박)영현이 형이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팀은 구원진 점검에 나섰다. 류중일(61)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임)찬규가 선발 2이닝을 간다. (불펜에서는) 한 이닝을 던지는 선수가 있고, 한 타자, 두 타자를 상대하는 선수도 있다"며 투수 운용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임찬규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후 9회 승부치기까지 대표팀은 무려 11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했다. 최승용(1이닝)을 시작으로 김서현(⅔이닝)→유영찬(⅓이닝)→정해영(⅓이닝)→최지민(⅔이닝)→곽도규(⅓이닝)→이영하(⅔이닝)→조병현(⅔이닝)→소형준(⅔이닝)→김택연(⅔이닝)→박영현(1이닝)이 투구했다. 이 중에서 5회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내준 정해영(KIA)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택연이 10일 대만 타이베이시의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CPBL) 웨이취안 드래곤스와 평가전에서 8회 초를 마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특히 막판에 나온 김택연과 박영현(21·KT 위즈)의 투구는 일품이었다. 김택연은 8회 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류지홍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그는 곧바로 안타를 맞았으나,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의 구위가 일품이었다.

이어 9회 초 승부치기에서는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등판하자마자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에 몰린 박영현은 이후 두 타자를 모조리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3아웃을 잡아냈다. 공략하기 어려운 박영현의 '돌직구'에 타자들은 제대로 손도 대지 못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최)승용이를 제외하곤 중간투수들을 다 점검했고, 컨디션도 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현에 대해서는 "승부치기에서 잘 막아줬다. 결국 마무리 투수는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가 있어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류 감독은 대만 기자들이 '7~9회 투수 기용 순서대로 나서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건 모른다. 상황이 다르다"며 '연막작전'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올해 KBO 리그 최고의 불펜 중 한 명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올해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60경기에 등판,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하는 등 맹활약했다. 그러면서 올해 신인왕 후보 0순위로 등극했다.

박영현. /사진=김진경 대기자
데뷔 후 꾸준한 모습을 보이던 박영현 역시 66경기에서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의 성적을 거뒀다. 첫 풀타임 마무리를 맡은 그는 4월까지 6.91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로는 예년의 모습을 되찾으며 KT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미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엄청난 구위로 외국 타자들을 틀어막은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프리미어12에서 가장 마지막에 던질 투수는 누가 될까. 김택연은 "당연히 (박)영현이 형이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겸손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그는 "국제대회 경험도 많고, 지금 딱 봐도 영현이 형이 압도하는 경기가 많다"며 "가장 구위 좋은 투수가 마지막에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인의 상태에 대해 김택연은 "다른 감각 등은 80~90%까지 올라왔다"면서도 "스피드나 파워에 있어서는 80% 정도다. 뭔가 안 써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든든한 불펜 투수의 존재는 한 점 싸움을 해야 하는 국제대회에서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위력적인 공을 지닌 두 젊은 선수들이 있어 한국은 행복한 고민에 나섰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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