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그래미 어워즈'에서 K팝은 2년 연속 후보를 내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군백기(군대 입대로 인한 공백)의 영향은 그래미 어워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군백기를 최소화해 온 멤버별 개별 활동은 여전히 한계였다. 물론 방탄소년단만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스트레이 키즈의 4연속 '빌보드 200' 1위 기록도 무색했다. 블랙핑크의 활동은 걸그룹이라는 프레임에 여전히 갇힌 셈이다. 그래미 어워즈의 경직성과 K팝의 내부적 역량은 물론 나아가 팬덤의 확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그래미 어워즈는 비영어권 음악에 관해서 관심이 적다. 그나마 관심이 있다면, 히스패닉 언어문화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음반산업협회(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 IFPI)에서 선호하는 음악 장르는 K팝이다. 세계적인 팬덤으로 막대한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3년 세븐틴의 10번째 미니 음반 'FML'은 미국 컨트리 스타 모건 월렌의 '원 싱 앳 어 타임', 테일러 스위프트의 '미드나이츠'를 물리치고 1위를 기록했다. 누적 판매량은 1600만 장이었고, 단일앨범만 670만장 수준이었다.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도 세븐틴은 1위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스트레이 키즈 3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7위, 뉴진스 8위였다.
그런데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단 한 개의 후보도 내지 못한 것은 비단 K팝의 역량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에는 K팝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수상 분야도 없다. 방탄소년단이 여러 차례 후보에 오른 팝 듀오 그룹 퍼포머 부문의 경우 아티스트 콜라보나 밴드 음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정도에서는 아이돌 음악의 특성은 고려될 수 없다. 특히 기획형 아이돌 음악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 말도 정확하지 않다. K팝은 갈수록 기획형에서 벗어나 자율형 아이돌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K팝은 개별 멤버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 역량의 강화를 추구해 오고 있다. 기획형 아이돌 그룹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분명하다.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K팝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10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음악 장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어린 여성들의 음악 문화라고 치부한다. 더군다나 미국 팝송과 융합을 하여도 제3세계 음악으로 간주한다. 이런 점에선 방탄소년단처럼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지만, 분명 현실의 팬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그래미 어워즈의 태도에 대해 K팝 팬덤은 무기력감에 시달려왔다. K팝이 그래미에 이용만 당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시상식에서 퍼포머로만 활용되는 것이 들러리 선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K팝 팬덤은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음악 산업은 소비자 즉 팬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K팝 팬덤은 K팝에 맞는 부문의 신설을 요구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앨범 산업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지만, 그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K팝 음악적 권리에 해당하므로 더욱 그러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공신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 사재기를 통한 차트 줄 세우기 등의 팬덤 행태가 바람직한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는 포토 카드 문제와 더불어 환경 오염 문제도 낳고 있다. 더구나 연습생의 인권 문제는 물론이고 기획사의 매니지먼트와 경영의 모순과 불합리도 여전히 그래미의 비판적인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러모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으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가 비등한 셈이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K팝의 그래미 입성은 세대가 바뀌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의 케이 팝 팬들이 그래미 어워즈의 의사결정자들이 될 수 있도록 항구적인 문화전략으로 액션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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