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내년 8월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지 못하면 계약파기와 함께 수천억 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중국 다자보험과 체결한 인수계약에 따라 한 차례 계약연장을 포함해 총 12개월 안에 인수절차를 완료하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당초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 보험사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계기로 정기검사에 돌입하면서 M&A(인수·합병)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지난 8월28일 다자보험과 한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계약서에는 12개월(9개월+3개월) 안에 인수를 완료하기로 한 단서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9개월 안에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3개월 연장해 총 12개월 안에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기한 안에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자보험이 계약파기를 희망하면 우리금융은 인수가격의 약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도 날릴 수 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SPA(주식매매계약)를 했다. 총인수가격은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은 계약 이후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거쳐 올해 안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 9월 우리금융에 대해 전격적인 정기검사 계획을 밝히면서 보험사 인수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계기로 내년에 예정된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검사를 올해로 앞당겼다.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만약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규정상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9월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과정에서 당국과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자산확장 과정에서 다른 리스크가 있어서 경영실태평가가 3년이 지난 것보다 전체 상황을 보기 위해 정기검사를 당긴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검사를 당긴 이유가 사실상 보험사 인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2%로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가장 낮은 편이다. 지금까지 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떨어진 사례는 없었다. 문제는 정기검사 결과가 계약만료 기간인 내년 8월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달 초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작했다. 현장검사는 약 6주간 진행하지만 후속작업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정기검사가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경영실태평가를 먼저 통보하기도 하지만 연말 금감원 정기인사 등으로 담당직원이 바뀔 수 있는 등 변수가 많다. 다만 계약 후 12개월을 넘겨도 다자보험이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자보험은 한국시장 철수를 희망한다. 특히 부실계약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ABL생명까지 한꺼번에 팔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이 당국의 승인심사를 통과할 때까지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