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한국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중국과의 해군력 확충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신규 군함 건조 능력에서 중국에 현격히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과정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부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군 예비역 대령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1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현재 국내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미국 군함과 선박에 대한 보수·수리·정비(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은 미국의 신규 군함, 친환경 선박 등의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미국은 선박 건조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 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윤 대통령이 큰 틀에서 '조선업 협력'을 약속했지만 존스법(Jones Act)이 남아 있는 한 한국에서 미국의 선박을 건조하긴 쉽지 않다. 존스법은 1920년 미국이 해양 산업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과 군함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하고 미국 선원이 탑승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에서 미국의 군함을 건조하려면 존스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 또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미국내 조선소가 위치한 곳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반대할 경우 개정이 가로막힐 수 있다.
이 경우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행정명령 등 법률을 우회하는 수단을 통해 예외적으로 미국 밖에서의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것이다. 미국 내 군함 건조 능력이 중국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게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 해군정보국(ONI)이 지난해 7월 유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10만GT(Gross Tonnage·총톤수) 안팎인 데 비해 중국은 2325만G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8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 해군 함정 숫자는 291척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해군 함정 숫자는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약 200~300척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협력 방안으론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미국내 조선소에 한국의 조선 기술을 이식,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 군사력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 중국에 절대적 열세에 놓인 해군력으로, 미국의 군함 건조 능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해양굴기를 통해 해양지배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온 상황이어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등 동맹국에 협력을 요청한 것이고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 방산 기업의 해외 진출은 물론 안보 강화 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경우 거래 중심적 동맹관을 지닌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군사 관련 기술 등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해군이 보유한 기술은 물속에서 기습적으로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 원자력추진잠수함(SSN)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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