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수호 전 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서울의대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실제 서울의대 비대위를 막후에서 조정하는 자는 주치의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충남의대 졸업,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오○○ 교수라는 설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의 그간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이러한 루머가 사실임을 설명한다"며 "서울의대 교수들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앞서 지난달 10일 비대위가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정부 측 인사를 초청해 연 공개 토론회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를 대표해서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경기도의사회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료 농단의 주범으로 감방에 가야 하는 사람"이라며 "의료계가 한가로이 대화를 나눌 대상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 "토론회를 통해 수시 전형 강행 전 의료계와 소통했다는 명분만 정부에 줄 뿐"이라며 "서울의대 비대위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변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주수호 전 위원장의 게시글이 10일 오전 의사 커뮤니티에 등장하자,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국제보건, 보건정책학자 오○○ 교수는 서울의대 비대위의 의료정책 자문교수이시며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과는 무관하다"며 "'조정'은 '조종'의 오타이겠죠?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은 누가 누구를 막 '조종'하는 게 가능하다고들 생각하시나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공방은 비대위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오○○ 교수가 김윤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과 '결이 같다'는 주장과 맞물리면서 불거졌다. 의정갈등이 발생한 지난 2월, 김윤 의원(당시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은 인터뷰에서 "의대정원을 15년 동안 매년 4500명씩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의사들 사이에서 뭇매를 맞았다. 주수호 전 의원장은 지난 7일 SNS에 '서울의대 비대위 3기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서울의대가 명실공히 자유대한민국 최고 지성 모임인 서울의대의 명성을 이어갈지, '김윤의대'로 자리매김할 지 결정되는 투표"라고 정의했다. 즉, 강희경 비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유지하면 김윤 의원과 결을 같이 해온 오모 교수가 배후에 있는 현재의 비대위 체제가 이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으로, 서울의대를 '김윤의대'로 빗댄 것이다.
강 비대위원장은 재신임 투표 공지문을 통해 교수들에게 "다른 대학, 의료계와 소통을 꾸준히 해왔지만 더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주신 분이 많았다"며 "우리로선 무엇보다 비대위가 우리 대학, 병원 교수님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비대위는 △3기 비대위를 이어가거나 △4기 비대위를 새로 발족하거나 △기존 교수협의회 체제로 복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교수들은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잘하고 있다" "중대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는 등의 신임 이유를 들어 3기 비대위에 약 78%의 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주수호 전 위원장은 9일 SNS에 "재신임 투표 결과, 683명이 참여해 무려 77.7%인 531명이 재신임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강희경 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3기 비대위는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서울의대가 김윤의대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0일 주수호 전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오모 교수의 수식어를 '충남의대 졸업,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오○○ 교수'에서 '사회주의 의료를 지향하는 오○○ 교수'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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