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분비의 총괄 책임자는 '뇌'입니다. 뇌 아래쪽의 뇌하수체에선 난포의 성장, 배란(난포를 배출) 등 난소 기능을 담당하는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임신·출산 시 모유 분비와 월경주기 조절에 영향을 주는 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을 내보냅니다. 이들 호르몬은 난소에 작용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나오도록 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증식시켜 임신을 준비할 뿐 아니라 심혈관 건강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또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하고 자궁근육 수축을 막아 임신이 유지되도록 돕습니다.
흔히 병원에서 시행하는 '여성호르몬 요법'이라고 하면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시행하는 것으로 떠올립니다. 실제로 폐경 전후의 갱년기에 접어들면 인체 내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집니다. 폐경기 여성 10명 중 9명은 안면홍조·식은땀·수면장애 등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 받습니다. 질건조증·방광염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여성호르몬을 외부에서 넣어주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이런 갱년기 증상을 완화할 뿐 아니라, 골다공증을 막는 데도 도움 됩니다.
하지만 의외로 자궁내막증을 치료할 때 여성호르몬 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골반강 등 자궁 밖 여러 다른 부위에 달라붙어 커지면서 난소 등에 종양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과거 자궁내막증은 수술로 제거하는 게 주된 치료법이었는데요. 최근엔 프로게스틴(합성 프로게스테론 제제)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활발하게 시행됩니다.
여성호르몬 투여는 치료 목적뿐만이 아닌, 가임력을 보존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예컨대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은 항암치료, 암 재발을 막는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동안 임신을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혼여성의 경우 난자를, 기혼여성은 배아를 얼려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때 다수의 난포를 채취하기 위한 '과배란 유도' 단계에서 여성호르몬제가 사용되며, 여성호르몬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억제하는 호르몬제(레트로졸 등)를 병용해 난자·배아 동결 과정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초기 자궁내막암 여성이 자궁을 잘라내는 대신, 항암호르몬 치료 후 시험관아기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사례도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진단받으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임신·출산 계획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권장됩니다.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여성호르몬 치료의 목적은 갱년기 증상 관리, 난임 치료, 월경불순 개선, 피임 등으로 다양합니다. 목적에 따라 먹는 약, 바르는 약, 질정, 주사, 패치 등 치료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거나 과도한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도움말=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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