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왕족도 찾아온다…UAE 홀린 힘찬병원의 '성공 공식'

머니투데이 샤르자(UAE)=박정렬 기자 | 2024.11.10 11:30

[인터뷰] 박승준 샤르자대학병원 힘찬 관절·척추센터장

박승준 샤르자대학병원 힘찬관절·척추센터장이 근골격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힘찬병원

지난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매체인 '칼리지 타임스'(Khaleej Times)는 한국 의료의 경쟁력을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세포 유전자치료(CGT), 인공지능(AI) 의료기기 등을 다룬 가운데 'K-의료'를 대표하는 곳으로 샤르자대학병원 힘찬 관절·척추센터(힘찬센터)를 선정했다. 무릎 통증으로 이곳에서 치료받은 67세 자심 모하메드 아바스 아슈르 로바리는 인터뷰에서 "한국 의료진으로부터 성공적으로 수술과 재활을 받았다. 의료 서비스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매체는 "로바리뿐 아니라 UAE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이 한국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한국 의료 제품을 사용해 건강을 회복한다"고 전했다.

UAE는 한국, 특히 의료진에게는 낯설지 않은 나라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동 환자는 4720명으로 이 중 UAE(1841명)가 가장 많다. 지금도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는 치료를 위해 터번과 히잡을 두르고 병원을 찾은 아랍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중동은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자본력이 충분하지만 의료 기술, 서비스 인프라가 미미하다. 그래서 해외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환자를 보내거나 아니면 자국에 선진 의료를 유치해왔다. 우리나라 힘찬병원(샤르자), 서울대병원(라스알카이마), 나누리병원(두바이) 등 다수의 의료기관이 UAE에 진출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매체인 '칼리지 타임스'에 '한국은 첨단 헬스케어 솔루션을 통해 삶을 변화시킵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매체는 "UAE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한국 의료 제품을 사용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사진=홈페이지 캡처

특히, 힘찬병원의 UAE 진출은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전체 수술의 80%를 내시경으로 집도하면서 환자 부담을 최소화했고 이제는 샤르자 왕족마저 관절·척추 질환 치료를 위해 힘찬센터를 찾을 만큼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힘찬'이라는 병원 브랜드를 앞세운 센터를 위탁운영 아닌 힘찬병원 시스템을 적용해 독립 운영하는 점도 다른 의료기관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박승준 힘찬센터장은 UAE 진출 원년부터 6년간 의료 질 관리와 경영 모델 수립을 진두지휘했다. 관절 내시경 수술을 이끌며 부평힘찬병원장을 지냈던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힘찬센터 개소 6주년을 맞아 샤르자에서 만난 박 센터장은 "K-의료에 대한 호의와 인건비 등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 수가를 고려할 때 중동만 한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유럽은 한국 의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아시아는 의료 수익 측면에서 아직 매력적이지 않다"며 "한국 의사가 수술·진료하는데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박승준 샤르자대학병원 힘찬관절·척추센터장./사진=힘찬병원

그동안 외국 자본에 대해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던 중동 국가는 경기 악화 등으로 의료 지원 예산을 축소하면서 자국민들의 해외 치료를 최소화하고 현지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중동 국가는 해외 치료를 받는 자국민에게 치료비, 숙박비, 항공료, 가족 체류비에 월급까지 주는데 지출 규모가 너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두바이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등의 진료비는 한국의 약 4∼5배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K-의료'에는 중동 진출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의료 체계의 간극을 극복하는 일이다. UAE의 의료기관은 한국과 달리 자율수가제를 채택한다. 국가건강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40여개 민영보험사가 의료기관의 역사, 평판에 따라 보험수가를 책정한다. 진료 경력이 없거나 미비한 외국 의료기관이 현지에 단독 진출할 경우 보험사와 불공정 계약을 강제당한다. 똑같은 의료행위를 해도 현지 병원이 10만원을 받는다면 외국 병원은 초기에 5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식이다. 국내 의료기관이 대부분 위탁운영이나 '병원 내 병원'(IN AND IN) 형태로 진출하는 것도 단독개원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주사를 놓거나 특수 X선 검사를 할 때는 미리 보험사에 '리포트'를 보내 승인받아야 한다. 박 센터장도 본인의 환자 진료를 위해 하루에 20장 이상의 메디컬 리포트를 보험사에 보낸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민영 의료가 생소한 한국 의료기관은 수익을 내기도, 운영 노하우를 체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대형병원마저 단독개원을 포기하고 철수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UAE 성공신화' 쓰는 힘찬병원/그래픽=이지혜

UAE의 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박 센터장에겐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배어난다. 힘찬센터는 개소 5개월 만에 외래 환자 3000명을 돌파하며 병원 내 센터 중 가장 많은 시술과 수술을 기록했다. 10평(33㎡) 남짓 진료실 두 개에서 시작한 센터는 1년 만에 약 200평(약 660㎡) 규모로 확장 이전했고 지난 10월까지 총 외래 환자 7만 2000명, 수술 건수 2200건, 물리치료 10만 5750건을 기록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직원 규모도 8명에서 49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6주년 개소식에 직접 참석한 이 병원 이사회 압델아지즈 사이드 알 메헤리 의장은 "UAE와 한국의 협력을 통해 미래의 성공과 성장을 함께 하자"며 힘찬병원을 추켜세웠다.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대학병원 2층에서 의료진, 행정 직원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힘찬 관절·척추센터(힘찬센터) 개소 6주년 기념식이 열렸다./사진=박정렬 기자

힘찬병원은 지난 6년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UAE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에 제2, 제3의 '힘찬센터' 개소를 고려하고 있다. 박승준 센터장은 "위탁운영의 경우 인건비 등의 비용을 보존 받지만, 독립 운영하는 힘찬센터는 다른 병원과 무한 경쟁에서 실력을 입증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K-의료는 전 세계 어디서나 성공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의료·보험 전문가를 육성하고 맞춤형 운영 모델 수립 등 현지화를 이룬다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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