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회의원 총선(4월), 일본의 중의원 선거(10월)에 이어 '슈퍼 선거의 해'의 대미를 미국 대선(11월)이 장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대통령에 취임, 미국 우선주의의 재림을 알렸다.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난조, 트럼프 후보를 겨냥한 실패한 저격 사건, 바이든의 사퇴,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후보 지명과 급부상 등 선거판의 격변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동전 던지기'나 다를 바 없다던 막판 판세에서 미세한 우세라던 해리스의 패배와 트럼프의 압승은 이변일까.
시계를 돌려 2012년 대선 레이스로 돌아가보자. 당시 대선은 현직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가 맞붙었다. 2년전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긴 했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당초 넉넉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롬니의 참신함과 실용주의 정책이 초판 판세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결정적 변수가 생겼다. 올해 선거 막바지를 덮쳤던 허리케인(헐린, 밀턴)처럼 당시에도 허리케인(샌디)이 기록적인 피해를 불러왔던 것.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로서는 국가재난에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최후 캠페인까지 미루고 재난대처를 진두지휘하는데 전력투구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뉴저지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인 크리스 크리스티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케인 피해 지역 지원을 찾아다니며 복구작업을 지휘했다. 샌디의 또다른 피해지역이자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플로리다도 이같은 진정성에 민주당쪽으로 돌아섰고 오바마는 낙승할 수 있었다. 반면 롬니 후보쪽은 수재민 돕기, 피해복구 작업과 결합시킨다면서 경합주지만 허리케인 피해지역이랄수 없는 오하이오 등에서 선거 유세를 재개했지만 역풍을 맞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땠을까. 허리케인으로 인해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의 피해가 컸는데 이곳들은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경합주였다.
해리스는 부랴부랴 피해 대응에 나섰지만, 트럼프는 허리케인 피해를 바이든 정부의 실정으로 부각시켰다. 민주당은 막판 전략회의에 나섰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현직 부통령이면서도 해리스는 12년전 오바마 같은 재난 극복에 전력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도 부각시키지 못 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 하는 숫자상의 경기회복은 트럼프의 좋은 공격대상이었는데 하늘마저 도와주지 않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11월 1일 "내가 취임한 이래 160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지난 50년 사이 미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 것은 득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집권 세력인 자유민주당(자민당), 공명당의 과반 달성이 좌절된 지난달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물가불안과 당내 부패 척결 등으로 패배한 자민당은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주로 손을 내밀고(연합 제의) 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이 국민민주당의 정책들이다.
이번 중의원 총선에서 의석 수를 28석으로 4배나 불린 국민민주당은 소득세 면세점 상향, 가스 및 전기세 부과금 징수 금지 등을 연합 선결 조건으로 자민당에 중점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특히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연간 소득 상한을 현행 103만엔(약 930만원)에서 178만엔(약 1610만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 선거의 자당 핵심공약으로 꼽혀 득표에 톡톡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선거의 해에 동맹과, 나쁘지 않은 경제성과를 강조해온 미국과 일본의 선거 성적표는 집권당에 씁쓸한 결과였다. 유권자이자 일반 국민들에겐 얇아져가는 지갑에 가파르게 오른 휘발유값와 부동산값, 식료품값 등이 한층 고통스러웠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헌법 개정 등 고귀하지만 너무 머나먼 구호는 국민들에게는 너무 머나먼 일로 여겨졌다. 자유 민주주의, 역사논쟁, 4+1개혁과제 이행, 대통령 주변의 의혹 해소 등을 둘러싼 찬반논쟁과 구호가 난무하는 또다른 동맹국 한국의 정치시계와 향후 경제전망은 불투명하다. 제2기 트럼프시대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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