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은 최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년에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쉰다고 풀려있지 말고 계속 뭐라도 해야 내년에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손호영은 투수 우강훈(22)과 1대1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LG 트윈스 시절 5시즌 동안 96경기에서 타율 0.253, 40안타, 4홈런에 그쳤던 그는 롯데 이적 후 달라진 야구인생을 경험했다.
올 시즌 손호영은 10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7(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70득점, 7도루(4실패), 출루율 0.354 장타율 0.538, OPS 0.892의 성적을 올렸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규정타석(446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홈런은 팀 내에서 1위였다. 그야말로 '복덩이'나 다름없었다.
4월 중순부터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한 손호영은 4월 17일 잠실 LG전부터 KBO 역대 3위에 해당하는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웠다. 비록 부상으로 무산됐지만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7월 들어 부상에서 돌아온 후에는 큰 문제 없이 시즌을 마쳐 생애 첫 100안타와 두 자릿수 홈런을 모두 달성했다.
2024년 이전의 손호영과 올해는 어떤 게 달라졌을까. 그는 "고민을 해봤는데, 제일 큰 건 그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전에는 야구장 나가는 게 무서울 정도로 많이 위축됐는데, 나이 앞자리가 바뀌니 많이 내려놓고 야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할 때 됐으니 잘하겠죠"라며 농담 섞인 말을 던지며 웃었다.
손호영은 "항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연속경기 안타가 중단될 때도 똑같았다. 그는 "(의식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야구인생에서 비중이 크진 않았다"면서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이었다. '내가 언제부터 그런 선수였어' 이런 생각이 강했다"고 밝혔다.
선수단에서 중간 고참 정도 되는 위치의 손호영은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올 시즌 '2년 차 징크스'에 빠졌던 외야수 김민석은 "호영이 형이 '야구는 놓지만 않으면 된다. 정신적으로 놔버리면 하고 싶을 때 하지도 못한다'고 말해줬다. 본인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롯데에 와서 다시 했는데 잘하고 있지 않냐고 했다"며 "형이 '힘든 건 이해하는데, 놓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해주신 게 기억난다"고 전했다.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할 줄 몰랐다"며 머쓱해하던 손호영은 "(김)민석이가 작년에 신인으로 와서 잘했는데 올해는 힘들었을 것 아닌가. 경기 뛰던 선수가 못 뛰면 좀 그렇다. 그런 게 보이길래 '놓지만 말자'고 했다. 막 멋있게 얘기한 건 아니다"고 했다. 또래 선수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눈다는 손호영은 "내년에 못하면 다 날아간다. 우리는 언제 나갈지 모르는 나이다"며 "그런 얘기가 나오면 심오해질 나이다"고 말했다.
특히 몸 관리가 어느 누구보다도 중요한 손호영이기에 구단에서도 맞춤 프로그램을 짰다. 그는 지난 5일부터 12월 3일까지 4주간 일본 도쿄에 위치한 근육, 가동성 훈련 및 재활, 부상 방지에 특화된 센터에서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1대1 맞춤형 웨이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그는 "구단에서 이런 걸 보내주는 게 너무 감사하다. 어릴 때였으면 '왜 보냈어'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너무 고맙다"고 고백했다.
손호영은 "스케줄이 빡빡하더라. 군대 훈련소 다녀오는 느낌이다"면서 "몸도 좋아지고 살도 빠져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독한 마음가짐을 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근육 트레이닝, 달리는 자세 교정도 할 예정이다. 일본은 유연성 관련 트레이닝도 할 것 같은데 내겐 매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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