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원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도 원전 예산은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원전 사용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는데 정부 예산 편성 방향은 반대로 읽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믹스를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도 비슷하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다양한 발전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내년도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8%가량 축소됐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부 예산 중 △사용후핵연료관리기반조성 예산은 55억원에서 35억원 규모로 △사용후핵연료관리시설확보는 23억원에서 15억원 규모로 △사용후핵연료관리시설설계기술개발(R&D)도 3억원 가량 삭감됐다.
사용후핵연료는 지금 이시간에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원전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른 결과물인데 안전한 관리·처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원전의 르네상스라 불릴만큼 '원전 건설·해체·처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례로 우리의 첫 원전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원전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향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생태계 복원이 건설 관련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며 "해체를 비롯해 최종 처분과 관련한 기술 개발과 기업 지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안은 9000억원 규모로 올해 9700억원 규모서 700억원 축소됐다. 국회 관계자는 "무탄소에너지보증과 차세대재생에너지표준화 관련한 새로운 예산을 제외한 거의 전 영역에서 삭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풍력 산업 예산안 삭감도 눈에 띈다. △풍력핵심소재부품센터구축 △풍력테스트베트구축 △해상풍력산업지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돼 0원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발전차액지원, 금융지원도 올해 대비 대폭 삭감됐다.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서 국내 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방향이 산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같은 예산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관련 산업을 떠나서 에너지 가격 경쟁력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고한 에너지 투자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에너지 산업의 '기회'를 잃을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미국 내 시장 수요에 따라 첨단산업, 전력 기자재, 화석연료 인프라 등에서 새로운 기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년도 신재생 관련 전력해외진출사업 예산은 63억원 규모서 61억원으로 소폭 조정됐다.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 관련 예산도 3200억원에서 100억원 삭감됐다.
통상 관련 한 전문가는 "미국 행정부 교체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반대로 기회의 장도 열릴 수 있다"며 "한미 원전 협력이 더욱 공고해 지고 있고 미국의 전력망 노후화에 따른 사업 진출 기회도 있는 만큼 정부가 이에 대한 예산 고려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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