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탄핵 잔혹사' 또 반복…"대안있나" VS "책임져라" 혼란 가중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11.08 17:04
대한의사협회 역대 회장들 '탄핵 잔혹사'/그래픽=김지영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불신임(탄핵)을 결정하는 임시총회가 다가온다. 간호법 통과, 의대 증원 저지 실패를 문책해야 한다는 책임론과 '전쟁(의정갈등) 중에는 장수(회장)를 바꾸지 않는다'는 옹호론이 맞선다. 반복되는 탄핵안 발의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회장 무용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정부와 대척점에 선 의협 회장의 입지 변화는 8개월 넘게 지속되는 의정갈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오는 1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과 이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 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회장 불신임은 재적 대의원 246명 중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비대위는 과반 이상 참석에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0년간 '탄핵 시도'만 7차례


의협 회장을 향한 탄핵 시도는 10년 전부터 이어졌다. 2014년 노환규 당시 회장이 임시총회에서 탄핵이 가결돼 물러난 데 이어 추무진 전 회장(2회, 모두 부결) 최대집 전 회장(2회, 모두 부결), 이필수 전 회장(부결), 현재 임현택 회장까지 5명의 회장이 총 7차례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임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느 집행부든 회장에 대한 탄핵안은 항상 있었다. 심지어 난 취임 전부터 '취임하면 탄핵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의협 임시대의원총회를 이틀 앞둔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임 회장이 연설하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다./사진=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의협의 '수장'이 매번 탄핵 위기에 직면하는 이유로 우선 의사들의 직역 간, 세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똑같은 사안도 교수, 개원의, 전공의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다보니 파벌이 갈리고 갈등에 쉽게 빠진다. 임 회장도 의대 증원 등을 두고 전공의 단체와 대립한 것이 탄핵안 상정의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낮은 투표율이 대표성 논란을 부르는 것도 있다. 의협은 '14만 의사의 대표'를 자처하지만 회장 선거 참여율은 저조하다. 임 회장도 회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얻어 당선됐는데, 전체 의사 수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반복되는 회장 탄핵 시도에 의협 내부에서마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의협 역사상 최초로 탄핵받아 물러난 노환규 전 회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협 회장 선거는 무의미하다. 의협은 회원도 주인이 아니다"며 "대의원을 대표하는 의장이 대표자이고 언제든 대한의사협회장을 갈아치울 수 있는 시도의사회장들이 주인"이라며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0일 탄핵 임총…의정갈등 안갯속


임 회장은 탄핵안 발의 직후 '막말 논란'을 부른 SNS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자숙 모드'에 돌입했다. 자신의 운명을 거머쥔 대의원들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면서 그간의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탄핵의 불씨를 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을 향한 '사과의 편지'도 두 번이나 냈다. 이에 일부 의사는 커뮤니티 등에 "의대 증원 저지라는 목표가 같은데 왜 쳐내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탄핵해도 대안이 없지 않나", "내가 뽑은 회장을 대의원 몇백명이 투표로 끌어내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반면 의대 증원과 간호법 등 의료 현안 저지에 실패한 임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특히 임 회장이 의료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지속해서 대립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 의사가 많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8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90명의 실명을 담아 임현택 회장의 자진 사퇴와 탄핵을 요청하는 글을 공식 SNS 계정에 올렸다. 비대위 체제 전환 이후 박단 비대위원장(전 대전협 회장)이 전공의를 대변해 개인 메시지를 내왔던 것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대전협은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임 회장을 압박했다.

임 회장의 탄핵과 비대위 출범 여부는 향후 의정갈등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시에는 그동안 의협과 대립했던 의대생, 전공의들이 '명분'을 얻는 만큼 오는 11일 발족하는 정치권, 정부, 의료계 협의체를 포함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탄핵 고비를 넘겨도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현 집행부는 실권해 의정 협상에서 밀려나게 되는데, 이 경우 새 비대위 구성에 따라 의정갈등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반면 재신임 시에는 현 집행부의 '강경 대응'에 힘이 실리면서 의정갈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임 회장이 재신임을 호소하며 젊은 의사와 소통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향후 의대생, 전공의 중심의 대정부 투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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