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엔 굵직한 호재가 줄을 이었다. 유한양행이 국산 항암신약 최초로 미국 허가를 획득했고, 알테오젠은 머크의 글로벌 1위 항암제 '키트루다'의 독점적 제형 변경 파트너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성공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붙던 성과들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부여된다. 오랜 시간 시장의 기대감을 양분으로 성장한 업계가 한층 진화한 성과로 성숙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 대선 종료 이후 기대되는 업종 수혜와 추가 금리 인하 전망 등이 맞물리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춤했던 기대감이 재차 살아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성과와 기대감이 공존하며 급등한 각 사 주가에 코스닥 시총 순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다만 성숙함에 걸맞은 자기 객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 새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대다수가 당초 제시한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긴 쉽지 않지만, 수백억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자신하고 매출이 전무한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면 다른 문제가 된다.
특히 해당 기업들은 상장 당시 매출 기반이 부재했지만, 자금 조달을 통한 매출원 확보를 자신하며 시장에 손을 벌렸던 기업들이다. 단순히 '꿈은 클수록 좋은 것'이라는 미사여구로 허용될 포부가 아니란 의미다. 시장과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는 자연스럽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올해 수 천대의 1의 청약경쟁률 기록하며 증시에 입성한 후발 주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배경으로 작용 중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간 업계가 보여준 성과에도 여전히 의구심이 뒤따르는 배경으로 작용 중이다. 제약·바이오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한 시장 기준의 모호함 역시 배경이지만, 스스로에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 각 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분명 해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업계 역시 이제 잠재력 높은 유망주보단 성과가 있는 성숙한 주자로 바라봐 주길 호소한다. 단순히 높은 몸값을 책정받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냉정히 바라볼 수 없다면 진정한 성숙함은 불가능한 바람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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