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12월에도 금리 내릴까…"인하 속도 늦어질 것" 전망 확산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11.08 10:0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7일(현지시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0.5%포인트의 금리 인하 이후 두번째다.

하지만 향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얼마나 빨리 인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다소 커졌다는 뜻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 결과가 연준의 즉각적인 정책 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은 4년간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6년 5월까지 연준 의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미국 연방기금 목표 금리 추이/그래픽=윤선정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4.5~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FOMC의 투표 위원 12명 전원이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에 동의했다.

지난 9월 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결정할 때는 미셀 보먼 연준 의사가 반대 표를 던졌었다.

이날 FOMC 이후에 발표된 연준의 성명서는 크게 2가지 부분에서 문장이 바뀌었다. 첫째는 노동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지난 9월에는 "고용 증가폭이 둔화됐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올해 초 이후 노동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노동시장이 크게 약화되지 않고 인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더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다. 지난 9월에는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2% 목표치를 향해 좀더 진전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좀더"란 표현을 뺏다.

또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신뢰를 갖게 됐다"는 문장도 삭제했다. 연준은 이 문장을 뺀 채 지난 9월과 동일하게 "연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데 대한 리스크가 대략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만 밝혔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2.1%,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인플레이션이 2.7%로 떨어져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전보다 신경을 덜 쓰면서 표현도 단순하게 바꾼 것으로 보인다.

FOMC 성명서가 공개된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자신이나 연준의 다른 고위 인사를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간결하게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고문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연준 수뇌부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기 만료 전에 연준 고위 인사들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없을 것이란 의미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관세 인상과 감세, 불법 체류자 추방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돼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차기 행정부의 정책이 경제 전망을 어떻게 바꿀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정책이 시행될지 "추측하지도, 짐작하지도,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우리 정책 스탠스의 추가적인 재조정은 우리가 좀더 중립적인 스탠스로 움직이면서 경제와 노동시장이 강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계속 추가적으로 (하락) 진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 9월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함에 따라 현재의 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경제 제약적일 수 있다며 금리를 경제 여건에 맞춰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 현재의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오늘 금리를 내렸지만 우리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경제 제약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앞으로도 금리 인하를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해 "이제 막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중립 금리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근접해 가면서 경제 제약적인 금리를 되돌리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 금리란 경제 성장을 자극하지도, 제약하지도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리다.

지난 9월에 발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면 19명 중 9명은 11월과 12월 FOMC 가운데 한 번만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고 10명은 0.25%포인트씩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도이치뱅크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루제티는 WSJ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올해 말 연준 위원들의 전망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실업률은 최근 낮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다음달에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선임 고문을 역임한 컬럼비아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글렌 허버드는 WSJ에 최근의 경제 강세를 감안할 때 연준이 지난 9월에 금리를 0.5%포인트가 아니라 0.25%포인트만 내려 통화 완화 사이클을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내려가는 속도가 느리고 경제 성장을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다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여지가 많지 않다"며 "금리 인하가 많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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