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차원에서 입법논의가 잇따르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부터 국내 공공클라우드 제도 등 통신·IT(정보기술) 인프라 관련 정책에서 무역갈등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조국혁신당)·김우영(더불어민주당) 의원과 10월 이정헌(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구글·넷플릭스 등 미국계 빅테크(대형 IT기업)를 타깃으로 한 법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법안은 구글 등 불과 2~3개의 CP(콘텐츠제공사)가 국내 전체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함에도 우월한 협상력을 무기로 네트워크 증설·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아예 부담하지 않거나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들과 협상에도 나서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미국과의 무역갈등이다. 지난 4월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망사용료법 논의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미국 기업이 타깃인 데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트럼프는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DST(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한다면 즉각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EU가 DMA(디지털시장법)를 통해 미 빅테크에 제재를 가하는 데 대해 상대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발동으로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공공클라우드 확대 과정에서 미국계 클라우드 기업의 시장진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도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AWS(아마존웹서비스) MS(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분야가 국내 정부·공공기관이다. 국내 공공기관 진입을 위해서는 CSAP(클라우드보안인증) 등급을 받아야 한다. 미국계 클라우드 기업들은 CSAP에서 요구하는 설비분리조치 등 인증요소가 사업비용을 증가시킨다며 이의 완화 및 철폐를 요구해왔다.
USTR는 2022년 '각국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CSAP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공공조달 무역장벽'으로 지적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을 거듭 언급했다. 한국의 공공클라우드 보안정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엄격하다는 지적이었다. 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과 USCC(미국상공회의소)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국내 디지털 전환 심화와 AI 기술개발 본격화 과정에서 데이터 주권보호의 필요성이 커진 우리 정부로서는 이같은 미국 쪽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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