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게 있다. 많은 진료과 연수강좌에서 공통으로 '초음파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단 사실이다. 그 예로 지난 8월 내과의사회가 '사직 전공의를 위한 내과 초음파 연수강좌'란 주제로 진행한 강연장에선 초음파 강좌를 시작으로 담당·담도·췌장·갑상선·경부·경동맥·심장 초음파 보는 법을 가르쳤다. 현장에 참석한 사직 전공의들에게 '상복부 초음파' 책자까지 선물로 증정했다.
심지어 지난달 27일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가 주최한 연수강좌에선 사직 전공의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초음파기기 17대를 아예 현장에 들여놓고 실습했다. 전공의진로지원 TF 위원장을 맡은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실질적인 수련이 될 수 있도록 초음파도 가르쳐주고 있는데, 사직 전공의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음파를 배우는 데 사직 전공의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7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기자에게 "어차피 초음파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보다 명확하지 않아서, 초음파 화면으로 부위를 대충 보고, 만약 병변이 의심되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보통 초음파로는 질병을 확진하기보다는 의심 소견을 내는 데 사용된다. 이런 점에서 초음파를 본 사직 전공의가 환자에게 "특정 중증질환이 의심되므로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CT·MRI 등으로 정확하게 진단받아보세요"라고 권유하고, 실제로 특정 질환이 아닌 게 밝혀지더라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A교수는 "초음파 장비값이 CT·MRI 기기보다 훨씬 더 저렴해 개원하더라도 들이기 쉽다는 점, 환자에게 검사를 유도해 비급여 항목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점, 의료분쟁으로 다툴 소지가 없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초음파 검사가 개원의에게 이득"이라며 "설마 사직 전공의들이 국민 건강을 생각해 초음파를 배우겠느냐. 돈 때문에 그런 거지"라고 실소했다.
또 필러보다는 보톡스를 선호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의사들 사이에선 보톡스보다 필러가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여겨진다. 시술을 잘못할 경우 뒤따르는 부작용과 합병증이 더 커서다. 예컨대 미간 주름을 없애는 데 보톡스는 놔도 괜찮지만, 필러는 미간을 통해 눈가로 액상이 흘러 들어가 실명을 유발할 수도 있어 위험하다.
A교수는 "만약 피부과가 아닌 진료과 출신의 사직 전공의가 보톡스를 어설프게 놨다가 뭉침이 심해 시술받은 사람이 컴플레인을 걸어도 '원래 그렇다. 며칠만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진다'고 답해도 된다"며 "보톡스는 원래 며칠만 지나면 스스로 풀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소속 B교수는 전공의들이 선배 의사들에게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그는 "현재의 전공의들이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의대생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8~9월 이어진 전공의 파업은 전공의인 인턴·레지던트가 주도하고 의협도 참여했다. 당시 정부가 농촌 지역과 특정 분야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려 했는데,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한국에 이미 충분한 의료인력이 있다"며 파업으로 맞섰다.
이후 9월 4일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이 정부와 합의해 상황을 종료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공의·의대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B교수는 "당시의 의협 임원진이 파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파업 철회를 결정하기 전 의대생(현재의 전공의)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거나 어떠한 의향도 구하지 않아 그들이 무시당했다고 여겼다고들 한다"며 "그 사건이 현재의 전공의들에겐 상처로 남았고, 선배 의사들을 믿지 못하게 된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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