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부터 지난 3분기까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 혜택으로 총 약 2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삼성SDI의 경우 그동안 모듈·팩 중심으로 소액의 AMPC를 수령해왔다. 오는 12월 스텔란티스와 북미 JV(합작사)가 돌아가기 시작할 예정이어서, 4분기부터 실적에 포함되는 AMPC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MPC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1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2029년까지 100% 지급되다가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로 줄고 2033년 폐지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북미 진출을 준비하던 K-배터리가 빠른 현지 투자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다.
배터리 3사는 2027년 무렵까지 북미 현지에 6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현재 100GWh를 조금 넘는 수준의 공장을 갖춘 상황임을 고려할 때 향후 수 십조원 대의 AMPC 수령이 기대된다. 완성차 업계와 AMPC를 일부 공유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도 막대한 이득이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이다. 6일(현지시간) 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의 폐지를 공약으로 언급해왔다. 공화당 내에도 IRA의 유지를 바라는 세력이 적잖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전격 폐지는 어렵다는 평가지만, 일부 수정·축소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AMPC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 "생산자에 대한 보조금(AMPC)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소비자한테 가는 택스크레딧(세액공제)은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AMPC 관련 조항의 경우 전기차 세액공제와 달리 대통령의 뜻만으로 수정하기에 그 조건이 까다롭다는 평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배터리 업계는 일단 미국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지켜보면서 그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AMPC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의 변화 방향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같은 기업들의 경우 단독공장을 비롯해 일부 고객사들과 JV 등 추가 거점 마련을 검토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장 3공장, SK온은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의 양산 시점을 정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북미 시장 진출은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K-배터리 업계에 강하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고관세 도입 공약은 현지에 선점투자한 우리기업의 경쟁력에 유리하고 법인세 인하(21→15%), 전력요금 인하, 규제완화 공약 등이 현실화될 경우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미 배터리 동맹에 대한 트럼프 신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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