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 추출물인 '자하거'를 활용해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PTSD를 앓는 쥐에게 자하거 약침을 놓자 불안 증세가 줄어들고 인지 기능은 높아졌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양은진 한의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자하거 약침 치료를 통해 PTSD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 국제 학술지 '생물의학과 약물요법'에 8월에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PTSD는 신체적 손상 또는 정신적인 충격을 동반한 사건·사고로 발생하는 정신 질환이다. 불안, 우울, 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세가 동반된다.
PTSD 치료에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주로 처방한다. 사람의 감정, 기분, 수면 등의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제어하는 약이다. 하지만 모든 PTSD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 않은데다 사람에 따라 두통, 설사, 불면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팀은 한방에서 기혈 부족, 영양 부족, 정신 불안 등을 치료하는 데 상용하던 태반 추출물 자하거가 PTSD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PTSD를 앓는 실험용 쥐에게 자하거 약침을 놓은 뒤 Y자 모양의 미로에 풀었다. 이후 쥐가 미로를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관찰했다. 이를 통해 쥐의 공간 지각 능력, 기억력, 학습 능력 등을 평가했다. 또, 쥐를 개방된 공간에 둔 상태에서 활동을 관찰해 스트레스, 불안 등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자하거 약침을 맞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 사이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약침을 맞은 쥐에게서 PTSD의 행동학적 특징인 '불안'이 줄었다. 인지 기능은 1.2배 높아졌다.
실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코스테론(corticosterone)을 측정한 결과, 약침을 맞기 전에 비해 코티코스테론의 양이 29% 줄었다. 이는 자하거가 뇌의 기억, 학습,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영양인자인 BDNF를 조절해 신경을 활성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자하거 약침이 불안 및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새로운 PTSD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PTSD는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 중독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PTSD의 유형에 따른 자하거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연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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