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트럼프는 핵심 경합주 7곳을 싹쓸이했을 뿐 아니라 일리노이, 뉴저지 같은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과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인 노동계층과 유색인종 유권자를 상당수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전략가 크리스 코피니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민주당은 말 그대로 죽었다"며 "이 나라의 엘리트들은 4년 동안 우리와 우리가 부닥친 문제에 집중하라는 노동자와 유권자들의 외침에 귀를 막고 트럼프를 박살 내는 데 치중하면서 유권자들을 소외시켰다"고 꼬집었다.
사실 민주당이 보기에 트럼프는 결함이 너무 큰 후보였다. 트럼프는 무려 34건의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4년 전 대선 결과도 끝까지 승복하지 않았다. 민주당으로선 상식적이지도, 납득할 수도 없는 대통령 후보였던 셈이다. 민주당은 선거 내내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위협, 파시스트, 범죄자, 외국인 혐오자 등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를 평가하는 민주당의 오만한 시각이었다는 게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6일자 칼럼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매력을 자신들의 관점에 맞춰 해석하는 진보주의자들의 무능력이야말로 역사적이고 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트럼프의 귀환을 부른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은 미국의 현실이 괜찮다고 확신했고,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그런 불만은 부도덕한 것으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를 불쾌한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위협으로 정의한 것 역시 민주당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WSJ은 민주당에서 불안과 성찰의 시기가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당장 6월 TV토론 재앙 후에도 신속하게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책임을 묻고, 트럼프를 상대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너무 엘리트화된 나머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노동계층 유권자에 호소할 능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중도좌파 싱크탱크인 서드웨이의 매트 베넷 설립자는 "민주당의 이미지가 분명히 잘못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진짜 문제가 여기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스티븐스 칼럼니스트 역시 이를 지적한다. 그는 "오늘날 민주당은 우월, 교만, 허세의 정당이 됐다"며 "민주당 스스로는 의롭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선거에서 승리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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