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또다시 백악관 입성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의 고강도 자국중심주의 정책이 과학기술 R&D(연구·개발)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AI(인공지능), 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공격적 R&D를 펼치고 경쟁국을 압박할 수 있어, 한국도 비교우위를 점할 분야를 찾아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된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AIST(카이스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미국 대선 후 기정학적(Tech-Politic)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에서 이같은 분석이 나왔다.
이날 연사로 나선 이주헌 과기정통부 전략기술육성과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민주당이 '첨단기술의 책임 있는 활용'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AI(인공지능) 윤리를 중시했다면, 공화당은 민간 중심의 자유로운 R&D와 정부 불간섭을 강조한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1기 정부는 R&D 삭감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의회의 반대로 실제 삭감하진 못했다. 하지만 당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축소됐고 OSTP 실장이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있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기조가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이어져 집권 후 비(非) 국방 분야 R&D의 예산을 감축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R&D 예산이 감축될 경우, 미국과 다수의 공동연구를 추진하거나 진행 중인 한국 연구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면서도 "AI처럼 국가 안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경우, 미국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AI를 공략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경우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령한 'AI 행정명령'을 폐지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AI 규제 완화에 힘쓰는 만큼, 트럼프 집권 기간 한국이 오히려 AI 기본법 등의 분야에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AI의 안전성과 탄소중립 등을 강조하는 흐름이 (국제적으로) 분명히 있고, 이번 임기가 끝나면 트럼프의 연임은 더 이상 불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AI 윤리에 대한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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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모픽·PIM 반도체, 한국이 선점해 'AI-X' 주도해야"━
한편, 아직 전세계적으로 명확한 선두주자가 없는 선도형 반도체 'PIM'과 '뉴로모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한국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PIM 반도체는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칩 하나에 담은 반도체다. 데이터 저장과 연산이 칩 하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효율적이고 전력 소모도 현재 사용하는 GPU에 비해 낮다. 뉴로모픽은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반도체로, 연산에 최적화됐다.
유회준 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은 "PIM과 뉴로모픽 반도체부터는 우리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미국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이 'AI-X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이 말하는 AI-X 시대는 각종 공장과 일상 속 전자기기 등이 모두 AI로 가동되는 환경이다.
유 원장은 "AI 알고리즘, AI 반도체, 응용시스템(전자기기 등의 하드웨어)이 한 번에 연구돼야 AI-X 시대를 열 수 있는데, 한국이 이 세 가지를 잘한다"며 "AI에서는 한국이 조금 뒤처졌지만, AI-X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세계 최초로 AI-X를 선도하는 등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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