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밸류업(가치 성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한미사이언스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장기 성장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신약 연구·개발(R&D)와 기업 인수·합병(M&A) 등 총 8150억원을 투입, 2028년 매출 2조3267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안을 제시했다.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표심잡기에 나선 형제 측 여론전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이날 임 대표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결과에서 승리를 자신하며 "그룹 경영권을 뺏기지 않고 현행 경영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임시주총에서 정관변경은 불가능하며, 이사진이 5대5 동수로 재편돼도 제 중심의 대표이사 체제는 2027년까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번 형제 측의 성장전략 발표는 임시주총을 앞둔 시점에서의 표심잡기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는 내달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지분 41.4%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이사진 재편을 통한 새 리더십 구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3자연합 측 이사진 3명의 임기가 끝나고 2026년 3월 주총에선 송영숙 회장의 임기도 만료돼, 형제 측 이사진 진입으로 지주사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단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성장 전략 키워드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과 '다각화'다. 자체적인 R&D 역량 강화를 넘어 외부에서 성장동력을 끌어모으겠단 취지다. 예상 투자 규모는 △M&A 5680억원 △R&D 2000억원 △제조시설 420억원 △IT 인프라 50억원 등 약 8150억원, 2028년 목표 영업이익률은 13.7%다. 세부 사업 투자 부문으로는 △의료기기 사업 확대 △글로벌 신약 R&D 역량 제고 △원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온라인팜 물류역량 강화 △국내 신규 TA(질환군) 및 북경한미 TA 확대 △해외시장 판매 확대 등이 제시됐다.
임 대표는 필요한 자금 확보에 대해선 "FI(재무적 투자자)나 SI(전략적 투자자) 등 많은 투자자들이 한미그룹의 사업 확장성과 발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 받는 차원에선 좋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주요 전략 중 하나인 기업 M&A에 대해 "현재 논의가 진전된 건이 있고 초기 단계인 건도 있다"며 "여러 조건을 협상 중인 만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 필요할 경우 증자 등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구조는 형제 측 25.6%, 송영숙 회장 등 3자연합 측 33.78%, 친인척 3.1%,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8.09%, 국민연금이 5.89%다. 임 대표는 특히 양 재단을 겨냥해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편파적 판단을 한다면 가용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단 본래 취지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오너일가 오버행(잠재적 과잉물량)과 상속세 납부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상속세는 이번에 납부해야 할 분은 해결할 것이고 향후에도 늦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오버행 이슈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 그룹 성장전략은 형님(임종윤 이사) 지지를 받고 있고, 아버지께서 시작하신 회사를 지키는 것과 성장 방향에 대해선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3자연합은 형제 측이 제시한 성장 전략에 대해 "한미사이언스의 실적 등을 보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닌 형제 측의 과도한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이라며 "자금 8000억원 조달 방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분쟁을 일으키는 지금의 행보를 즉시 멈추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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