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은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사용자들은 성과 극대화를 위해 통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둘 사이의 긴장 관계는 동기부여 연구의 출발점이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방식 쪽에 손을 들어주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또 FWI(the Families and Work Institute·가족과 직장문제 연구소)에서 미국 근로자 15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근무 시간과 일정에 대한 자기 통제권을 갖는 근로자가 직업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시간 대비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도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례를 보면 결국 근무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일하는 시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감(self-determination)이 매우 중요한 핵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공무원의 직무 만족도는 공무원 개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다. 직무 만족도가 높은 공무원은 업무에 몰입할 가능성이 더욱 높고 이는 조직 성과와 정책 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직무 만족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근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자율성 부여'를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복무에 대한 자기 결재 범위를 넓힌다. 현재 '공무원 인사 운영에 관한 특례규정'에 따라 연가는 사용 일주일 전까지, 시차출퇴근 유연근무는 1시간의 범위에서 스스로 결재할 수 있으나 내년 1월부터는 이를 확대해 연가는 4일 전까지, 8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은 출퇴근 시간을 2시간 범위까지 조정해 직접 결재가 가능해진다.
개인 여건에 따라 최적의 근무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근무장소에 대한 자율성도 확대한다. 하루 단위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원격근무를 시간 단위로도 허용해 하루 중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할 수 있다.
전통적인 복무 관리는 공무원이 지켜야 할 의무를 정하고, 위반자를 적발하는 식의 통제적 성격이 강했다. 공무원은 국민의 대리인(agent)이므로 성실한 직무 수행을 담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율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제정된 1963년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현재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가치관도 당시 세대와 전혀 다르다.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넷플릭스에는 정해진 근무 시간이나 휴가 규정, 승인 절차가 없다. 규칙이 필요 없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기업문화를 통해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끈다. 공무원의 복무 관리도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인사처가 앞으로 이같은 인사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여러 혁신 조치들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발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이 심리적 임파워먼트(권한부여)를 통해 공직사회에 큰 변화를 이끄는 단초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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