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현대미국디자인센터(이하 미국디자인센터)에서 만난 하학수 센터장(상무)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디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고객들이 차를 고를 때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배경에는 디자인이 있다. 현대차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개발해 수요를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디자인센터는 일반적으로 1년에 완전변경 모델 기준 5개 차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북미 시장에 선보인 현대차 차종 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날 방문한 미국디자인센터엔 50여명의 직원이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차량 디자인 기획 △스타일링 개발과 모델 제작 △컬러·소재 개발 등 디자인 관련 통합 업무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최신 흐름을 반영한 콘셉트카와 양산차를 디자인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인들의 최신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어 많은 완성차업체가 미국 시장의 디자인 거점으로 삼는 곳이다.
조범수 미국디자인센터 책임매니저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YF쏘나타의 찢어진 눈과 과격한 사이드를 두고 일부 국내 소비자는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미국에서는 현대차의 위상이 높지 않던 시절에 YF쏘나타의 강력한 인상을 보고 현대차가 어떤 브랜드인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디자인에서 현지 시장에 맞게 개선한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오프로드 감성을 담은 'XRT'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 9월 2025년형 '아이오닉 5'와 함께 오프로드 모델인 '아이오닉 5 XRT'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준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투싼' 등 내연기관차에 오프로드 모델을 추가한 이래 전기차에서도 오프로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학수 센터장은 "미국 전체 면적에서 포장, 비포장을 포함해서 도로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고 오지·산악지형이 많아 앞으로도 그런 쪽(오프로드)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디자인센터는 연면적 약 약 3만82㎡(약 9100평) 규모로 △야외품평장 △실내품평장 △클레이(진흙) 모델을 작업할 수 있는 CNC 가공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실제 모델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함께 만든 컴퓨터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클레이(진흙)에 조각하는 작업이다.
전신은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 밸리에 설립된 현대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다. 이후 현대차는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어바인에 자리 잡았다. 2008년 기아가 분리 이전해 현재는 별도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제네시스는 공간을 현재 같이 쓰고 있지만 내년에 독립해 나갈 예정이다.
1992년 공개한 첫번째 콘셉트카 'HCD-1'은 2인승에 과감한 근육질 차체로 기존의 현대차 이미지를 깨는 시도였다. 1999년 공개한 'HCD-4'의 디자인은 1세대 '싼타페'에 반영됐다. 그 어떤 브랜드도 시도하지 않았던 울퉁불퉁하고 유선형인 차체 곡면을 내세웠다. 1세대 싼타페는 글로벌 누적 111만1062대, 미국 시장에서는 48만9290대 판매돼 현대차의 대표 SUV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여러 권위 있는 디자인 시상식에서 수상할 정도로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9월 미국 산업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3대 디자인 대회이자 북미 최고의 디자인 대회인 '2024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 3개를 포함해 총 12개의 상을 받았다.
하학수 센터장은 "많은 완성차 브랜드가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는 반면에 현대차는 '포니'라는 헤리티지를 재해석해서 '아이오닉 5'에 디자인을 반영하는 등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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