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래 동덕여대 교수는 6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24 프레스 세미나'에서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이내 자국에 출시된 신약의 비율을 보면 한국은 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18% 대비 낮다"며 "미허가, 미신청 건 영향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국가별 신약에 대한 공적 급여 비율도 한국은 약 22%로 OECD 국가 평균 약 29% 대비 낮다. 글로벌 최초 출시 후 신약이 공적 급여 상환까지 걸린 기간은 한국이 약 46개월로 OECD 평균 약 45개월보다 길다.
국내외 신약이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현재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국산 신약은 8종이지만 이 중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와 '수노시',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3종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해외 오리지널 신약이 국내 상업화를 포기하며 뒤늦게 복제약이 국내에 먼저 등재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화이자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레바티오'는 2007년 4월에 허가받았지만 2013년 6월 복제약인 한미약품의 '파텐션'이 국내에 먼저 등재됐다. 얀센의 변비약 '레졸로'는 2012년 10월 허가됐지만 복제약인 유영제약의 '루칼로'가 2020년 2월 국내에 등재됐다.
이는 낮은 신약 약가 정책 영향이 크다. 유 교수는 "낮은 약가제도로 후속 R&D(연구개발)를 할 때도 예상했던 약가와 실제 약가가 많이 차이나는 일이 발생한다"면서 "이런 일로 FDA에서 허가되고 등재된 약이 우리나라는 등재까지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빈번한 복제약 가격 인하로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이 부족해지고 공급업체가 철수하면서 의약품 공급 부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국내에선 2020년 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약사들의 수익 압박이 커지면서 중국, 인도 등 해외에서 저가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업체도 늘었고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17년 35.4%에서 2022년 11.9%로 크게 낮아졌다.
낮은 약가는 신약 개발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업계 수익이 1% 감소하면 R&D 활동이 1.5% 감소한다는 미국 연구 사례가 있고, 유럽 연구 사례에서는 1986~2004년 EU(유럽연합)의 가격 통제정책으로 소비자 가격은 낮아졌으나 46개 신약 개발이 중단되고 1680개의 R&D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국내 제조 신약 5개와 수입 신약 32개 등 총 37개가 허가됐지만 국내 개발 신약은 0건이었다.
이에 약가 제도를 개선해 신약 R&D 투자를 늘리고 환자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유 교수는 "보험약제 관련 상위 법률과 관계 법령에 환자 접근성, 재정 효율화, 혁신산업 생태계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건강보험 의약품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며 "동일기전 기존 약제보다 질환·성분·제제 특성상 추가 편익이 기대되는 계열 내 신약이 합리적 가격으로 상업화되고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 평가방식의 고도화(소아 가산 등 세분화된 가치 평가)와 환급형 계약 등의 위험분담제 적용 확대로 실효성 있는 수출형 신약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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