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공화당 물결)가 현실화하면서 우리나라 안보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안보 위기를 자체 핵무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부담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위협, 이와 맞물린 큰 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미 공화당이 행정부 뿐 아니라 상하원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방수권법안(NDAA)을 개정하고 주한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수준에서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약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금액의 10분의 1수준이다.
한미 양국이 지난달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관한 우리 분담금을 11억 달러(약 1조5200억원)에 연간 물가상승률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차기 행정부에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국가 간 협정과 조약은 한 국가의 주권사항으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론적으로 파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1월 대통령 재임 4년을 회고하면서 독일 수입차에 대한 관세 상향,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 실현 등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한국은 머니머신(돈 버는 기계)이라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 분담을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년 9월 자신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거부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충돌하며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철수시켰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군 철수 이유에 대해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분담금으로 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 관련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주한미군 축소·철수를 방위비 인상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 방위비 협상은 '지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값비싼 전쟁 게임을 하지 않겠다"며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만일 트럼프 2기에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에 나서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거나 한반도 종전 선언 등의 이벤트를 펼친다면 우리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예상된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통령 취임 전 특사를 파견해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 등을 강조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북한 억제는 물론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인 중국 저지에 핵심적 존재라는 의미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자체 핵무장 등의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5선 의원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대한민국이 '제한적 자체 핵무장'에 나설 기회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우리 국민 70%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이 될 수 있는 엘브리지 콜비 등은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 주자고 얘기한다. 자체 핵무장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공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하자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우리도 폐기하겠다'는 카드로서의 제한적 무장"이라며 "트럼프가 북한과의 '빅딜'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때 제한적 핵무장 카드를 꺼내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승인하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는 들어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정해지면서 외교적 후속 조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캠프의 주요 참모들, 조력자들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 협의를 지속해 왔다"며 "선거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과 당선인 사이 소통 기회가 빠른 시일 안에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상이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당선인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간 접촉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 현지로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새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양한 계기의 접촉을 통해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굳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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