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눈치 챈 것 같습니다. 지금 체포 진행하겠습니다."
지난달 1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 상가 앞. 짙은 담배 냄새가 풍겨오는 이 건물로 경찰이 출동했다. 밖이 소란스럽자 누군가 건물 지하 1층에서 철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열린 문 틈으로 담배를 찍어내는 기계와 중국인 여성들이 보였다. 즉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2대 소속 경찰관들은 '불법 담배공장'으로 진입했다.
이충호 서울경찰청 기동순찰2대 10팀장(57) 등은 작업반장 A씨 등 중국인 8명을 담배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 중 4명은 불법체류자였다.
이 팀장과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담배 1360보루와 담배제조 물품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곳을 포함해 모두 2곳의 불법 담배공장을 적발했다. 대림동 불법 담배공장에선 한해 13억원 규모의 불법 담배를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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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에 불법 담배공장 있다"…첩보 수집한 베테랑들, 잠복 끝에━
이 사건은 한 건의 첩보에서 시작됐다. 불법 담배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소문이 이 팀장 귀에 심심치 않게 들렸다. 기동순찰2대 10팀은 대림동 일대를 순찰하며 어디선가 불법 담배를 만들고 판단했지만 명확한 단서가 없었다. 그러던 중 '대림동 공장 두 곳에서 불법 담배를 제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 팀장은 첩보 검증을 위해 팀원들에게 사복을 입혀 탐문 수사를 지시했다. 양성철 경위(52)와 팀원이 사복을 입고 대림동을 순찰하며 '작업반장'으로 알려진 A씨에 대한 단서를 수집했다. 작업반장은 전동킥보드를 타고 대림동 일대를 돌아 다녔다.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연락하며 담배공장으로 추정되는 건물 2곳을 오갔다.
며칠간 잠복한 끝에 순찰팀은 생산 인력은 물론 유통망까지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웠다. 보안유지가 중요했다. 경찰이 자신들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눈치채면 공장 운영을 중단하고 잠적할 수 있다. 순찰팀은 약 2주간 조용하면서도 부지런하게 단서를 수집했다.
그러던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달 12일 오전 사복을 입은 양 경위 등이 A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A씨는 B 공장을 나서 C 공장으로 향하는 듯 했다. C 공장은 주택가에서 위장 간판을 단 허름한 건물이었다.
양 경위는 킥보드를 탄 A씨를 쫓아 C 공장까지 이동했다. A씨는 누군가 자신을 쫓고 있다고 느낀듯 주위를 둘러봤다. 양 경위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A씨를 지나쳐 다시 B 공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B 공장 앞에서 양 경위는 A씨와 마주쳤다. A씨는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양 경위와 순찰팀은 곧바로 검거에 돌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양 경위는 이 팀장에게 이같은 상황을 보고한 후 도주로를 차단했다. 순찰팀은 그대로 현장에 진입해 중국인 8명 전원을 체포했다. 이어 C 공장으로 들이닥쳤다. C 공장엔 담배와 제조 기계가 있었고 사람은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불법 담배를 수도권 일대 중국인에게 유통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총책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상표권 위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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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도움 주고 싶어 선택한 경찰…"순찰하며 주민 목소리 가까이서 들어"━
그는 "기동순찰대는 주민 밀착형 근무를 많이 한다"며 "많은 주민과 만나 친근감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공장 사건도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진행하게 됐다"라고 했다.
순찰팀의 부팀장 역할을 하는 양 경위는 "기동순찰대는 권역에 특화돼 정해진 지역을 여러 차례 순찰한다"며 "같은 지역도 한번 갈때와 두번 갈때 차이가 있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도 주민들 곁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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