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경기 과천에 위치한 자동차 안전기술기업 스카이오토넷 인근 공터. 승합차 스타리아에 올라 기어를 'D'로 바꿨다. 계기판 속도는 시속 8㎞를 가리켰고 차량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차 앞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휙 지나갑니다." 가상의 상황을 안내한 매니저의 말과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다. 가속페달은 차량 바닥까지 강하게 눌렸다.
눈 앞 나무로 돌진해야 하는데 차량은 '고요했다'. 차량은 '삐' 하는 경고음을 내고 시속 5~10㎞로 천천히 나아갔다. 차에 설치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비정상적인 급가속을 막아내면서다.
이날 직접 체험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손바닥 절반도 안 되는 작은 장치였지만 효과는 컸다. 시속 15㎞ 이내로 서행 중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밟듯 세게 눌러도 차량은 서행을 유지한다.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하는 사고가 대체로 주차와 출차 등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에 따라 기준 속도를 시속 15㎞로 설정했다.
시내 주행 중 시속 30㎞, 50㎞ 등으로 정해진 제한 속도를 넘기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기능도 있다. 하루 운전 시간이 길어 제한 속도를 넘길 일이 잦은 운전자에게 필요한 기능이다. 분당 엔진 회전수를 뜻하는 RPM이 4000을 넘는 급가속도 막아준다.
━
'시청역 사고' 재발 막아야…대안 모색하는 경찰━
경찰이 '페달 오조작 사고' 방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5일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지원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까지 생계형 고령 운전자 1200여명에게 해당 장치를 보급하겠다고 했다.
실제 최근 '시청역 역주행 사고' 등 고령 운전자들의 페달 오인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을 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운전자는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운전자가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페달 오인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같은달 70대 택시 기사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돌진해 교통사고를 낸 직후 급발진을 주장했다가 경찰 조사에서 "당황해서 착각한 것 같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일본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고령운전자 "마음 편해"━
페달 오조작 장치 의무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일본은 2025년 6월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부착을 의무화한다. 2022년부터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부착된 '서포트카'에 한정해서 어르신들의 운전을 허가하는 한정 면허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좀처럼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발의안은 신차를 대상으로 하고 이미 제작·판매된 차량은 규제하지 않는다.
생계형 고령 운전자들도 해당 장치의 의무화를 촉구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인데 잠재적 가해 차량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취지다.
실제 충남 천안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스카이오토넷이 고령운전자 30인의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부착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는데 참가자 대다수가 장치를 계속 부착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10시간을 운전한다는 충남 천안의 택시기사 이모씨(82)는 "미리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 범칙금 걱정이 사라졌다"며 "혹시 모를 급가속 사고를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