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뇌가 늙어가는 과정을 관찰하면 인간의 뇌가 어떻게 노화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 뇌를 스캔했더니 인간 뇌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살짜리 고양이의 뇌는 고등학생의 뇌와 유사했다.
일명 '고양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미국 앨라버마주 오번대 연구팀이 지난 10월 시애틀에서 열린 '진화 신경생물학 컨퍼런스'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이 든 고양이의 뇌는 점차 수축하고 이 과정에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데, 이같은 양상이 노화하는 인간의 뇌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뇌 노화 분석 모델로 활용돼 온 생쥐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신체 기능은 점차 저하되는데, 이때 뇌도 함께 늙는다. 뇌의 노화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 알츠하이머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아직 노화와 퇴행성 뇌 질환의 상관관계를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하는 실험적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생체 모델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동물은 생쥐지만, 생쥐의 생존 기간이 너무 짧은 탓에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알아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또 생쥐에게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단백질 덩어리 '플라크'를 없애는 생체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생쥐 모델로 인간 뇌의 노화를 설명하려는 기존 방법이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된다.
연구팀은 쥐 대신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뇌를 분석해 인간의 뇌와 비교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특히 개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수 세기에 걸친 번식 과정에서 유전병의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양이가 적합하다고 봤다.
연구팀은 미국 내 동물병원과 동물원에 기록된 수천 마리에 이르는 고양이 생체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 고양이 50마리의 뇌를 스캔해 데이터와 뇌 스캔본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고양이와 인간의 노화 사이에 특정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한 살짜리 고양이의 뇌는 18세 인간의 뇌 형태와 유사했다. 고양이의 1년은 인간의 4년처럼 흘렀다. 두 살이 된 고양이 뇌는 22세 인간의 뇌 구조와 비슷해졌다. 15세가 된 고양이의 뇌는 인간 나이로 치면 80대의 뇌와 유사했다. 이때 일부 고양이에게서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15세 고양이의 뇌를 스캔한 결과 인지 기능과 관련된 '뇌 수축도'가 80대 인간의 뇌와 비슷했다.
또 고양이 뇌에도 단백질 덩어리 플라크가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고양이에게도 인간과 같은 원리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노화와 신경 퇴행을 설명할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활용하던 쥐 실험과 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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