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팔아요" 물건도 없이 4배 웃돈…중고 공매도까지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 2024.11.07 05:30
/사진=중고거래 사이트 홈페이지 갈무리

#A씨는 최근 한정판 운동화 '공매도'를 통해 70여만원을 벌었다. 한 웹사이트에서 독점으로 선공개된 신발을 구하기도 전에 정가의 약 4배인 120만원에 운동화 거래를 진행한 것. 이후 A씨는 일반 물량이 풀린 시점에 맞춰 거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50여만원에 운동화를 구매해 물건을 발송했다. A씨는 "2일 안에도 시세가 엄청 변동적이라 그 안에만 제품을 구매해도 차익을 남길 순 있다"면서 "주식처럼 한 번 거래가 체결되면 물릴 수 없는 거래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재테크가 된다"고 말했다.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한 뒤 곧바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이른바 '리셀' 거래가 성행하면서 리셀테크(리셀 제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가운데 거래가 체결되면 환불하지 못하는 시스템과 시시각각 변하는 제품의 시세를 이용해 물건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거래를 시도하는 중고 거래 '공매도'까지 등장했다.

리셀테크의 주 무대인 중고 거래 시장은 실제로 규모가 점점 커가면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까지만 해도 4조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 20조원, 2021년 25조원, 오는 2025년에는 4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확장하자 시세차익을 내기 위한 공매도 현상까지 등장했다. 보통 인기 있는 새로운 한정판 신발이 출시된 직후에는 고점을 찍던 시세가 빠르게 내려가며 시세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높은 확률로 출시 직후에는 누구보다 빨리 파는 것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A씨처럼 빨리 팔기 위해서 물건이 없는 채로 거래를 체결하고 이후에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해서 시세차익을 남기는 공매도 판매자가 나타나고 있다.

중고 거래 시장도 주식 거래 시장처럼 정보가 중요하다. 유명 운동화 물량이 추가로 풀린다는 소문이 돌면 물량이 풀리기 전에 발 빠르게 매도하고, 물량이 쏟아 질 때는 저점매수를 하고 재고를 보관하다 시세가 오르면 되파는 것처럼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고 거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장의 성격을 활용해서 시세차익을 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문제라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고거래를 애용하는 윤모씨(34)는 "수요와 공급 원칙에 맞춰서 바로바로 거래가 체결되는 시스템을 활용한 것인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주식도 고점에 샀으면 물을 타는 것(평가손익을 높이는 행위)처럼 다른 중고거래를 통해서 손해를 메꾸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이모씨(27)는 "주식에도 세력이 있듯 전문적으로 하루종일 신발주식시장에 달라붙는 업자들이 문제"라며 "신발 애호가들이 돈을 노리고 공매도까지 하는 사람들 때문에 높아진 시세에다가 실제로 물건을 구하지도 못하는 등 피해를 보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중고 거래 시장 중 하나인 크림은 공매도를 하는 판매자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거래 체결이 되고 이틀 이내로 택배 송장 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거래금액 10%를 등록해놓은 카드로 부과하는 패널티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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