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전국구 명소로 알려진 강원도 홍천 내면에 있는 은행나무숲이 아닌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 인근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군락지다. 에버랜드는 1970년대부터 산림녹화를 위해 경기도 용인의 신원리 일대 약 4만5000평(15만㎡) 땅에 은행나무 약 3만 그루를 심은 이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해왔다. 이 군락지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은행나무가 전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이다. 종자로 후손을 퍼뜨리는 은행나무는 동물들이 은행 열매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식지가 확대되기 어렵다. 그만큼 에버랜드 은행나무숲의 자연적인 보존가치가 크단 얘기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매주 금·토·일 총 9일간 이 '비밀의 은행나무숲'을 하루 3번씩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시범운영 중이다. 지난달 18일 선착순 예약을 받은 지 2분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는데 특히 2030세대의 예약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금까지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싶은 기업과 단체 중심으로 숲을 개방해왔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에버랜드에서 마련한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신원리 은행나무숲 입구로 이동해 왕복 약 2km로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으며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숲속에 마련된 명상장에 도착하면 유튜브에서 '꽃바람 이박사'로 활동하는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조경학 박사)이 은행나무숲에 담긴 재미있는 얘기도 들려준다.
그렇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여러 톤의 색깔을 가진 은행 나뭇잎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뜨거운 여름 이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한다. 그런데 올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은행잎이 물들지 않고 한 나무에 노랑과 초록 사이 여러 색의 톤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그룹장은 "은행나무가 뜨거운 지구를 견디기 위해 나름 애쓰는데 그런 눈으로 보면 예뻐보이기도 한다"며 "기후위기가 해결되면 이런 2톤, 3톤의 은행잎은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킹 이후엔 인근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체험과 함께 전통정원 희원을 관람할 수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나무숲을 다녀간 고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내년에도 포시즌스가든, 장미원 등 내부 정원은 물론 포레스트캠프와 은행나무 군락지 등 주변 숲까지 다양한 식물 자산을 활용한 차별화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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