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멀고 먼 유럽 연구계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11.07 04:00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은 유럽 최대 R&D(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한다. 2027년까지 호라이즌 유럽으로 따낼 수 있는 연구비는 총 78조원. 이제 국내 연구자도 단순 과제 참여를 넘어 대규모 국제공동연구를 직접 기획해 이끌 수 있게 된다.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마무리 짓는 최종 서명일이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과기정통부는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상 기간 이뤄진 유럽의회 선거로 EC 집행부가 재구성된데다 외교행정적 수많은 절차로 일정이 지연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왔다. 최종 서명일이 1월 1일을 넘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다만 최종 서명과는 별개로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 준회원국 자격이 생긴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연구비 78조원을 굴릴 공은 이제 연구자 몫으로 넘어간다. 한국 연구계는 '골인'할 준비가 됐을까.

양국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가 크다. "한국 연구계가 유럽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한 연구자는 "미국 출신이 한국 학계의 주류여서 제자에게도 미국행을 권하지, 유럽을 권하진 않는다"고 했다. 영국 몇몇 명문대나 독일 국립연구소를 빼면 "유럽 학계는 수준이 떨어진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교수들도 있다.


정부가 호라이즌 유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지난 봄, 대전 모처에서 열린 호라이즌 유럽 설명회에서 많은 연구자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유럽 연구기관과의 연구 협력은 고사하고 지금껏 개인적 교류도 드문데 어떻게 대규모 과제를 따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호라이즌 유럽의 승률을 높이려면 다국적 공동연구 파트너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 뒤였다.

호라이즌 유럽 가입을 앞두고, 핵심은 한국 연구계의 '마음'을 여는 일이 됐다. 더군다나 파트너 1순위 미국의 과학기술·인재 정책이 새 행정부와 함께 격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꾸준히 과학기술에 힘을 쏟아온 유럽 연구계의 문이 열린 만큼, 국제공동연구 경험은 많지 않으나 기회에 목마른 젊은 신진연구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박건희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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