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년 경제·금융시장전망'에 따르면 지난 2번의 미국 대선 후 단기간 내 시중금리가 급등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두 차례 모두 3개월가량 장기금리가 급등했고, 이후 정책 추진력 약화, 경기 정점 통과 우려 등으로 영향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2016년과 2020년 11월 열린 미국 대선을 전후로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도 상승했다. 2016년 10월 3.29%였던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는 이듬해 1월 3.51%까지 오른 뒤 하락세를 보였고, 2020년 10월 2.66%였던 대출금리는 3개월 후 2.72%까지 상승했다.
금융권은 5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대선 후에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두 후보 모두 감세와 보조금 확대 등 재정투입 증가 공약을 내놓았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미국 국채 발행 증가는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일정 부분 한국의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과 감세안 연장, 이민정책 강화 등은 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의 경우 기존 정책에서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과 함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확장적 재정 정책 방향은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 달러 강세 압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씨티(Citi)는 공화당이 모두 이기는 레드 웨이브(Red wave)가 발생하면 달러화가 5%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307.8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1379.9원까지 올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달러가 굉장히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번까지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금리 방향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융권의 불확실성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수혜가 집중됐던 배터리·전기차 등은 트럼프 재집권 시 대표적인 피해산업이 될 수 있다. 반면 전통제조업 지원과 화석연료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 산업재, 건설, 기계, 화석연료 등이 수혜산업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누가 당선되느냐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선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광범위한 무역 규제 가능성이 커 수출 산업 영향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