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왔다. "넌 해고야"라는 자기 유행어대로 4년 전 해고됐던 그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재임에 성공했다. 미국 역사상 징검다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이는 22대·24대 대통령(1884년·1892년 당선) 그로버 클리블랜드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 1월 취임하면 역대 최고령(79세) 대통령 기록도 경신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일대기 /그래프=임종철 디자인기자 트럼프는 1946년 뉴욕 최대 부동산 개발업자인 프레더릭 트럼프의 3남2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계, 어머니는 스코틀랜드계 미국인이었다.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던 그는 13살 때 음악 교사를 폭행할 정도로 문제아였다. 부모는 그를 바로잡기 위해 규율이 엄격한 뉴욕 군사학교로 보냈다. 이후 포덤대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 학사를 졸업했다.
(왼쪽부터) 프레더릭 트럼프의 3남2녀 사진. (왼쪽부터) 로버트, 엘리자베스, 프레드, 도널드 마리안 트럼프 /사진=트럼프 캠페인 트럼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사업 교육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부동산 회사에서 일했으며 1971년 경영권을 이어받고 사명을 '트럼프 그룹'으로 바꿨다. 1983년 맨해튼에 58층짜리 호화 주상복합건물 '트럼프 타워'를 지어 이름을 알렸다. 카지노 사업 재정 문제로 여러 차례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NBC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사진=도널드 트럼프 홈페이지 2004년에는 사업가에서 '쇼맨'으로 거듭났다. 2015년까지 NBC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생)' 진행을 맡으며 스타가 됐다. 출연자를 조롱하며 했던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은 유행어가 됐다.
트럼프는 두 번 이혼, 세 번 결혼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모델 출신 첫 번째 아내와 사이에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을 뒀다. 배우 출신인 두 번째 아내와는 차녀 티파니를 뒀다. 2005년 슬로베니아 출신 24세 연하 속옷 모델인 멜라니아와 세 번째로 결혼해 아들 배런을 낳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6월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행사에서 가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트럼프는 오랫동안 대권 출마에 관심을 보여왔다. 1988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대권에 도전하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2000년 대선에서 개혁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밀려 포기했다. 2001년부터 8년 동안 민주당원으로 있다가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공화당원이 됐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그는 거친 막말과 기행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미국 사회는 분열이 깊어지고 국제정세 불안도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더해져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에 불복했다. 소송은 물론 집회를 열어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월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암살시도 총격을 당한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는 상태로 주먹을 흔들며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그는 정계를 떠나지 않았다. 2022년 11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3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재집권을 향한 길은 험난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공식 선출 이틀 전 야외 유세 중 총에 맞아 오른쪽 귀 윗부분을 다쳤다. 그는 귀에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자"고 외쳤다. '불사조 트럼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두 달여 뒤에는 골프장에서 소총으로 트럼프를 살해하려던 남성이 체포되며 '불사조' 서사에 힘을 실었다.
두 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트럼프는 대선에서도 불사조처럼 부활했다. 집권 1기 당시 정책들도 그와 함께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차례 해고됐던 그가 자기 선거 구호처럼 정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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