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주의와 미국의 변화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24.11.05 02:03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세계는 11월5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기대와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나타날 극적인 변화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트럼프가 정치 일선에 등장한 이후 많은 것이 변화했다. 국제적으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다자주의와 국가 간 협력은 미국 일방주의로 대체됐다. FTA(자유무역협정) 대신 관세가 다시 무역과 통상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내적으로는 지역, 세대, 성별, 인종 등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47대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은 변화를 시작했고 그 결과는 오래 지속될 것이다.

트럼프가 만들어낸 것으로 여기는 이러한 변화는 미국 역사를 통해 여러 차례 등장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798년 제정된 외국인 및 선동법은 연방정부에 위협적인 이민자를 추방하거나 정치적 비판자를 투옥할 권한을 부여했다.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강제추방 공약은 이미 200년 전에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1896년 대선에서는 외국 상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 인종주의와 폭력에 대한 관용, 미국 우선 외교정책을 강조한 윌리엄 매킨리가 25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불러온 것으로 간주되는 정치 양극화는 미국 정치에서 여러 차례 반복됐다. 19세기의 양극화는 남북전쟁으로 이어졌고 20세기에는 민권법을 둘러싼 극렬한 분열로 나타났다. 가짜뉴스의 확산과 선동은 21세기 SNS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라 1930년대 라디오의 등장과 더불어 나타났으며 1950년대 텔레비전의 등장은 조셉 매카시 의원의 적색공포 조장에 활용됐다.미국 역사는 언제라도 트럼프와 유사한 스타일의 정치인이 등장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과거의 반복에 불과한 존재는 아니다. 트럼프는 특정 세력을 겨냥해 법무부와 군대를 동원할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던 미국의 헌법과 제도를 자신의 입맛에 맞춰 변화시키고 움직이고자 하는 노골적인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첫 번째 정치인이다. 그러한 트럼프에 대해 많은 미국인이 지지를 표명하고 환호하고 있다는 점은 좋든 나쁘든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세상을 뒤엎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팽배한 것이 2024년 미국의 모습인 것이다.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미국은 20세기 들어서 몇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가의 영향력을 극적으로 확대하면서 미국과 미국인의 삶을 변화시켰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시장과 자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국을 변화시켰다. 트럼프는 루스벨트, 레이건과 같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차이가 있다면 폭력과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1980년대 레이건 시대를 겪고 난 이후 미국의 모습이 계속될 것이라고 간주했다. 하지만 과거 역사가 보여주듯이 미국은 짧은 시간에 극적인 변화를 거듭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의 폭발과 통합과 결집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선자 맞히기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당선되든 급속하게 변화할 미국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는 것일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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