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늘었지만, 암·치매 등 중증질환은 아직 정복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있다. 암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지만, 암은 여전히 한국인 사망 원인(통계청·2022년) 중 1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환자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암 환자가 표적항암 치료받을 때 비타민B3를 먹으면 수명을 늘리고,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국내에서 나와서다. 비타민B3의 항암 보조 효과가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건 이번 연구가 세계 최초로, 학계의 시선을 끌었다. 연구를 주도한 배석철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를 만나, 비타민B3의 항암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 어떤 암 환자에게 특히 더 효과적인지 정보를 들었다.
배석철 충북대 의대 교수는 비타민B3 중 니코틴산아미드의 항암효과를 입증한 임상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암학회에서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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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구에서 비타민B3가 암을 얼마나 잘 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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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표적항암제로 치료받을 때 비타민B3(일반의약품 Amina-X로 연구)를 매일 1g씩 먹었더니 여성 폐암 환자, 비흡연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각각 1년 이상(13.5개월) 추가로 연장됐다. 사망 위험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에게서 '암 억제 유전자'인 '렁스3(RUNX3·렁스쓰리)'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비타민B3는 암세포 내에서 렁스3 유전자의 기능을 강화했고, 결국 표적항암제의 효능을 끌어올렸다. 이번 연구는 충북대 약학대학 박일영 교수가 주관했고 내가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으며,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가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암학회에서 발표됐고, 지난 4월 의학·임상시험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 암 연구'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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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타민B군 중 B3는 대중에게 생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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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B군은 생체 에너지 대사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지만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따로 챙겨 먹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20종 넘는 물질이 비타민B군으로 구분됐다가 후속 연구에서 인간에게 필수적이지 않거나 영양 가치가 없고, 독성이 있다고 알려진 일부는 빠졌다. 그래서 남은 8종(1·2·3·5·6·7·9·12)이 비타민B군으로 분류된다. 그중 비타민B3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나이아신('니코틴산'과 같은 말) △니코틴산아미드(Nicotinamide) △나이아신아마이드 리보사이드가 속해있다. 이 가운데 이번 임상 연구에 사용된 건 니코틴산아미드('나이아신아마이드'와 같은 말)다. 같은 비타민B3라 해도 우리에게 익숙한 '나이아신'은 과잉 섭취하면 모세혈관이 넓어져서 얼굴이 붉어지고, 어지럼증·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우리에게 생소한 '니코틴산아미드'는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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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니코틴산아미드는 무엇이고, 항암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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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산아미드는 나이아신의 아마이드 형태다. 쉽게 말하면 나이아신보다 화학적으로 더 안정된 물질이다. 몸속에서 니코틴산아미드와 나이아신은 상호 전환된다. 니코틴산아미드를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니코틴산아미드의 탁월한 항암 효과는 앞서 언급한 연구 말고도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최근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호주에서 수백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 시험에서 니코틴산아미드를 하루 500~1000㎎ 먹으면 피부암 예방 효과가 25~30%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니코틴산아미드의 암 예방 효과는 피부암뿐 아니라 방광암·간암·폐암·소장암 등에 걸린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논문 수십 편을 통해 입증됐다."
지난 6월 28일 건국대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회 '건국대병원 정밀의학 폐암 컨퍼런스'에서 배석철 교수가 '폐암 발병을 위한 최소충분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최근 국제학술지 '셀(Cells)'에 실린 논문을 바탕으로 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암 발병에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다른 분자적 사건을 설명했다./사진=건국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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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암환자가 아닌 사람이 먹어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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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비타민B3는 그 자체로도 다양한 활성을 가지지만, NAD(니코틴산아미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라는 물질을 만드는 원료물질이기도 하다. NAD는 미토콘드리아(세포 공장)의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조효소다. 건강한 세포에서 NAD 농도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심장·간·지방·두뇌·콩팥·췌장·폐·비장·피부 등 거의 모든 부위의 세포에서 NAD 농도가 낮아진다. 이 농도가 낮아지면 암을 일으킬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노화 증상인 인지능력·근육·시력·청력 감퇴를 부른다. 세포 속 NAD 농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NAD 전구체인 니코틴산아미드를 먹는 것이다. 세포 속으로 들어온 니코틴산아미드는 복잡한 경로를 거쳐 NAD가 된다. 니코틴산아미드를 하루 1g만 먹어도 세포 속 NAD 농도를 쉽게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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