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향(向) 공급이 지연됐지만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이뤘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이 언급한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 위해 연초부터 퀄 테스트를 받았다. 원래 상반기 통과가 목표였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엔비디아 대상 공급이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글로벌 AI(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수요의 58%가 엔비디아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에 일부 HBM3E를 공급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문턱은 넘지 못했다. 엔비디아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HBM3E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는 다음 세대 HBM 공급을 위한 '선결 과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삼성전자는 HBM3E보단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HBM4에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HBM4 사업 성공을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경쟁 관계인 대만 TSMC와 협업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부사장은 HBM4와 관련해 "복수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스텀 HBM은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base die) 제조와 관련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펙 향상으로 재료비가 인상됐지만, 플래그십 중심 판매 증가로 매출은 늘었다"고 밝혔다. 또 네트워크 부문에 대해선 "사업투자 축소가 지속되고,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가 폴더블폰 신제품이 출시되는 전통적인 성수기임에도 MX 부문 수익성이 기대를 밑돈 이유로는 갤럭시Z6 시리즈의 부진이 꼽힌다. 출시 초기 파리올림픽 연계 마케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더딘 교체 수요로 실제 판매로는 이어지지 못한 데다 중국 제조사들의 가세로 폴더블폰 시장 경쟁이 거세진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 S25 시리즈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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