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의 예상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한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까지 과시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프레임을 전환하고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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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육군 예비역 출신인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관심을 미국을 겨냥한 ICBM으로 점증시켰다는 차원에서 상당한 전략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레버리징(지렛대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23일 수풀을 지나 지하벙커에 있는 ICBM 등 미사일 기지 내부를 공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ICBM 발사는 정치적 수순대로 이뤄진 것이고 미 대선이 끝난 이후 핵실험 등 플러스 알파 도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북한군이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고각 대신 정상각(30~45도)으로 발사하면 ICBM 핵심 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할 수 있다. 정상각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음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들어설 새로운 행정부에 대북 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을 받지 않아 북한 내부 경제가 살아나 김정은 정권이 유지될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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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질타받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프레임 전환 목적도━
합참 관계자는 이날 ICBM 발사 목적에 대해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라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BM이 미국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안전 위협시 확증보복 능력 가지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며 "파병에 따른 국제적인 주목과 압박에 대응한 프레임 전환, 시선 흔들기 목적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최근 3대 전략핵 자산 발사 직후 북한도 연이어 ICBM을 발사한 것은 러북이 핵동맹임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두 국가의 핵동맹에 기반해 향후 국면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9일 적의 핵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대규모 핵 공격 훈련을 자행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ICBM 발사 뿐 아니라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에서 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3대 전략핵 자산을 모두 가동한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최근 러시아 파병에 따른 북한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당성을 피력하고 한미 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은 러시아 파병 사실의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군대 비밀누설 이유로 장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병사들 입단속, 파병 군인 가족들에겐 훈련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또 "북한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선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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