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표정만 보고 "위험 인물"…세관 '마약 밀수범' 잡는 신기술, 뭐?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10.31 12:00

과기정통부-관세청 공동 R&D(연구·개발) 강화 위한 업무 협약
우범여행자 식별·추적시스템·소형마약 탐지 기술 등 현장 적용 앞둬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4단계 확장 구간에서 열린 제3차 종합시험운영에서 승객들이 수하물을 찾고 있다. /사진=-뉴스1

앞으로는 공항 세관에서 AI(인공지능)가 수상한 몸동작과 표정을 분석해 범죄자를 식별하고 추적한다. 기존 장비로는 잡아낼 수 없었던 소형마약도 초정밀 장비를 이용해 탐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관세청과 공동 R&D(연구·개발)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능화된 밀수 및 각종 부정·불법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기 위해 관세 현장 맞춤형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관세청은 2021년부터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기술 개발 1.0 사업'을 공동 추진했다. 그간 세관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 연구성과 7개가 나왔다.

먼저 화물 관리 분야에서는△소형화물 검색용 복합 엑스레이(X-Ray) 장비(한국원자력연구원) △엑스레이 판독 트레이닝 시스템(KAIST) △세관 통관 물품 3차원 방사선복합탐지 장비(한양대) △컨테이너 적재화물 세관 검사용 탐사 로봇(KAIST) 등 4개 기술이 개발됐다. 올해 실증을 마무리하고 실제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사람 관리 분야에서는 △AI 기반 분산 카메라 환경 우범여행자 식별·추적 시스템(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은닉물 탐지 대인용 테라헤르츠파(THz) 검색 장비(한국전기연구원) △생체신호 및 표정 기반 세관검사대사 여행자 선별 기술(KIST) 3개 기술이 나와 세관 등에서 실증 중이다.

관세국경 맞춤형 방사능 탐지 장비에 대해 설명 듣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가운데)과 고광효 관세청장(오른쪽) /사진=박건희 기자

업무협약 체결 이후 마약 등 밀도가 낮은 물질을 선별하는 엑스레이 장비, 생체신호 및 표정을 판독해 범죄 가능성이 높은 여행자를 선별하는 기술. CCTV를 통해 관심 대상자를 식별하는 기술 등이 시연됐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엑스레이 장비는 산란광을 이용해 입자의 특성을 판단한다. 산란광은 다른 물질이나 입자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는 빛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이날 장비를 시연하며 "산란광은 고체 물건 속에 숨겨둔 아무리 작은 마약 입자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기존 장비로는 찾지 못하던 소형 마약도 현장에서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는 현재 부산국제우편센터에 설치돼 내달부터 실제 우편물을 대상으로 판독 성능을 검증한다.

유상임 장관이 생체기호 기반 우범여행자 선별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그런가 하면 여행객의 표정을 식별해 위험인물을 색출하는 기술도 나왔다. KIST가 개발한 이 기술은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우범여행자를 찾는다. 사람이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나타나는 외적 특징을 활용한다. KIST 관계자는 "지나치게 한 곳만 응시하는 행동, 빠르게 흔들리는 동공, 눈의 깜박임이 지나치게 없는 모습 등이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여행객이 스탠드 형태의 모니터 앞에 서면 카메라가 얼굴을 촬영해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추출한다. 이 결과는 세관 직원의 컴퓨터로 즉시 송출된다. 모든 과정에 약 30초~1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추가적인 실증, 공공 조달과 연계를 통해 관세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12월 마무리되는 1.0 사업에 이어 내년부터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 2.0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성과는 사회 안전을 지키는 좋은 연구 결과"라며 "앞으로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첨단기술 개발 기관과 협력해 공공서비스를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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