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선 연임을 위한 사전 절차인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 관련 서류를 제출해놓고 해외 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국회 현안 질의 참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체육계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29일 스포츠공정위에 내년 1월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한 자신의 연임 제한 예외 인정을 위한 신청 서류 제출 직후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을 이유로 곧바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2일 귀국예정이지만 이 회장은 귀국날인 2일부터 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자문위원회 해외 출장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출장 일정이 3선 연임 절차를 시작한 직후 연이어 진행되는 것부터 논란거리지만, 정작 문제는 이 회장이 다음달 11일로 이미 정해진 국회 현안질의를 앞두고 10일부터 다시 스위스 로잔으로 세계올림픽개최도시연합(WUOC) 회의 참석을 핑계로 출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앞서 24일 종합국감에 이 회장이 전북 남원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자 여야 합의하에 문체위 의결로 이 회장만을 위한 '체육계 현안 질의'를 별도로 열고 그를 다음달 11일 증인으로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당시 남원 출장도 이번달 초 체육회가 남원시청에 먼저 연락해 급조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당일 남원 일정은 업무협약식이어서 오전 11시에 시작해 12시 경 끝나고 오찬이 끝나는 오후 2시경엔 서울로 출발할 수 있어서 새벽 2시경까지 이어졌던 종합감사에 이 회장은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지만 남원에서 3시간 거리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나타나지 않고 그대로 불출석한 바 있다. 당시 문체위는 이 회장을 국회에 출석시키기 위한 '동행명령서'를 상임위 의결로 발부하기도 했으나 이 회장은 이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체육계와 국회 주변에선 이 회장이 3선 연임을 공식화한 이상 연이은 해외 출장으로 국회 출석과 언론의 취재망을 피한 뒤, 다음 선거를 위한 현직 회장의 직무정지가 시작되는 11월 하순까지 국회에 나오지 않기 위해 버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회 문체위 관계자는 "체육회 쪽에서 이미 다음달 현안질의에 이 회장의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국회에 연이어 출장을 핑계로 불출석하고 동행명령에도 불응한 것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이 회장을 고발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은 "이 회장이 3연임 출마의사가 이미 있었다면 지난 7일까지였던 심의일정 1차 마감 기한에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했어야 맞는데,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3연임 관련 질타를 받기싫어서 국감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가 종감에도 불출석하고 국감이 끝나자마자 2차 마감 기한인 29일에 맞춰 서류를 내고 출마를 공식화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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