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판 흔든 최윤범…고려아연 유상증자 노림수 셋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10.30 16:48
[서울=뉴시스]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30일 고려아연의 전격적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은 시장과 재계에서 예측하지 못한 카드였다. 전일까지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구체적 안건이 공유되지 않을 정도로 이날 오전 열린 이사회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고려아연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해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과 MBK·영풍 어느쪽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가운데 최 회장측이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유상증자를 통한 공개매수로 지분율을 희석시켜 양측 박빙인 판을 흔들기 위한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게 재계 시각이다. 공개매수 종료에 따라 최 회장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의결권 지분은 35.4%인 것으로 파악된다. MBK·영풍이 공개매수로 확보한 총 지분은 38.47%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빙이긴 하지만 잔여 유통물량이 적은 가운데 MBK·영풍의 지분율이 3%p 높아 최 회장측으로선 추후 주총 표싸움 관련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측 지분율 자체를 희석해 이 같은 판을 흔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MBK·영풍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폭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는 그 특별관계자와 합산해 총 모집주식수의 3%(11만1979주)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조건이 달렸다. 남은 발행주식총수 기준으로 MBK·영풍이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0.6%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개요/그래픽=이지혜
이처럼 판을 흔드는 한편, 우리사주조합 의결권 지분을 확대해 지분율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는 총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는 구조다. 해당 20%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면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4%p가 올라가며 이는 사실상 최 회장측 의결권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해 의결권을 살리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그만큼 또 높아진다. 현재 고려아연은 자사주 2.4%를 1, 2차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 가운데 다음 달 처분 가능한 1차분 1.4%에 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노림수를 실현할 유상증자 단행의 명분 확보도 최 회장측 셈법이라는게 재계 중론이다. 고려아연은 △소유분산구조와 주주기반 확대 등을 통한 '국민주'로서 자리매김△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 및 주식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가 불안정성 해소와 주주보호 △MSCI 코리아 지수 편출 리스크 축소△자금조달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강화 및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 △우리사주 배정을 통한 임직원 복리 및 노사협력 증진 등을 유상증자를 통해 얻을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변수는 MBK·영풍의 법적 대응이다. MBK·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며 "차입금으로 인한 회사의 재무적 피해를 모면해보고자 유상증자를 하려고 하지만, 이 행위 자체가 바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결정을 막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짜낸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조사도 변수다. 양측은 부정거래와 시세조정 혐의로 서로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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