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내년부터 학생 인건비 이월 제도를 일부 개편하는 가운데, 현장 연구자와 학생·산학협력단 실무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 인건비 반납 대상의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학생 인건비 1년 지출액을 산정하는 기준도 현안보다 명확히 제시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과기정통부는 30일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 R&D 학생 인건비 통합관리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내년 시행 예정인 학생 인건비 잔액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학생 인건비 명목으로 연구책임자에게 지급된 국가 R&D(연구·개발) 과제비 중 당해년도에 실제 인건비로 지출되지 않은 잔액의 일부를 소속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기관 계정으로 반납하도록 하는 게 개선안의 골자다. 한 해 동안 지출한 학생 인건비보다 많은 돈을 계정에 남긴 연구책임자가 환수 대상이다. 연구책임자는 연말 기준 남은 잔액에서 그해 1년 치 지출한 인건비를 빼고, 남은 금액의 20%를 기관계정으로 반납하게 된다.
반납된 금액은 기관 차원에서 학생 인건비 명목으로 재편성해 지출하도록 한다. 인건비가 모자란 연구실을 지원하거나, 우수 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주는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최세휴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경북대 교수)은 "연구현장에서는 불만이 많아질 것 같다"며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연구책임자'로 적용 대상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과기정통부의 안에 따라 학생 인건비 1년 치 지출액보다 잔액이 많은 연구책임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그 수는 전체 연구자의 35% 정도다. 하지만 최 교수의 안을 적용할 경우 15%로 대상자가 줄어든다. 현장에서의 반발이 큰 만큼 최소 대상으로 시작하되,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안이다.
서종철 포항공대(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교수별로 1년 치 학생 인건비 지출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논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공학 계열은 정부 R&D 말고도 연구비 재원이 아주 다양한데, 학생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여러 경로를 배제하고 국가연구개발과제로만 1년 치 인건비를 산정한다면 산정법 자체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년 치 학생 인건비를 산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관계정으로 인건비가 이월된 금액의 용처를 정부가 나서서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학생 측에서 나왔다. 조아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과기부는 현재 연구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적립금을 운영하도록 안내했지만, 어느 정도의 제약이 필요하다"며 "각 연구실의 학생 인건비 지급 사정을 확인해보고, 인건비 지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 잔액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우수 학생을 선발해 지급한다면 이미 다른 방법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는 학생에게만 지원이 쏠리는 부정적인 현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공청회에 참여한 대학 및 출연연 산학협력단에서는 "연구실별, 연구책임자별, 학생별로 다른 인건비 재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데이터가 현장에는 없을뿐더러 이를 일일이 관리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연구책임자의 인건비 재원을 모두 파악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기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만들면 이를 반영해 제도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적립금 활용안에 대해선 "정부가 일괄적인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며 "제도를 잘 운용한 기관을 대상으로 우수기관 표창을 수여하는 방법 등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안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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