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금일 진행 예정이던 중진의원 회의가 순연됐음을 알려드린다"며 "일정이 확정되면 재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실은 이날 오후가 아닌 다른 날을 정해 중진 의원 회의를 다시 소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의원 회의의 경우 특별한 의제를 정하고 모이지는 않지만 정치 경험이 많은 의원들이 모이는 만큼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중진회의는 안건을 정하고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가 중진 의원 회의를 미룬 것은 당초 비공개 회의가 알려지면서 한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겹친 것에 부담을 느낀 의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표와 당 중진 의원의 메시지가 엇갈리는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참가 의원이 한 대표 기자회견과 겹치니 일정을 미루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고, 추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중진 의원 회의가) 알려지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알려진 이상 중진 의원들이 모이더라도 회의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미룬 것 같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추 원내대표가 중진 의원 회담을 불렀는데 순연됐다.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것은 (특별감찰관 문제 관련) 의원총회를 열자, 공개투표를 하자, 거기서 표결하자 이런 건 안 된다는 것"이라며 "표결하면 분열의 단초가 되고 그 분열은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탄핵을 부를 염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 표결은 안 된다. 의원총회 전에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만나서 합의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 여권 중진 정치인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을 향해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날 중진 의원 회의 연기의 한 배경으로 보인다. 여권 중진들이 이틀 연속 한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 의원은 전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당 위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논의한 뒤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정상 이유로 조찬에 참석하진 않았으나 나경원 의원도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오 시장 등은 입장문에서 "야당이 정권 쟁취에 몰두해 특검에 전념한다 해서 여당마저 흔들리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한 뒤 "보수정당답게, 여당답게 중심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진 의원들로부터 당내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 거칠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문제 해결, 진전은 돌다리를 건너 뛸 때도 있어야 한다"며 "그런 용기 없이 문제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많은 분들 말씀 경청하고 있다"며 "부족한 점은 채워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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