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적용한 의료기기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개화하는 가운데 광범위한 제제보다는 '맞춤 규제'를 통한 혁신 기술 육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박상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원격의료학회 법제도분과장)는 30일 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주최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AI 시대의 의료 정책과 규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초기에는 AI가 검증된 의사의 판독 결과를 학습했다면 지금은 조직 검사 결과를 반영하는 식으로 다양한 훈련이 가능해졌다"며 "처음에는 AI가 전문가만큼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지금은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영상진단 결과를) 판독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진화했다"고 기술 발전상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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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포괄적 AI 규제법' 발효 ━
다만, EU의 AI 규제법을 두고 산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영국이 기존 의료기기 규제 를 AI 기술에 맞춰 변형하는 '맥락특유적 규제'를 적용한 것과 달리 EU의 '수평적(포괄적) 규제'는 지켜야 할 기준이 너무 다양하고 강해 산업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AI를 이용한 대출 상담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자율주행차는 안전성과 같이 산업 분야에 따라 강조되는 특성이 다르다. 하지만 EU는 AI를 적용한 의료기기나 체외진단기기 등을 '고위험 AI'로 분류해 권리영향평가, 리스크평가, 데이터 거버넌스 등을 모두 지키라고 강제한다. 이를 어길 시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7%를 벌금으로 물리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유럽 수출을 모색하는 국내 의료기기 회사에는 볼멘소리를 낸다. 직접 AI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현지 수입업자나 총판을 통해 공급해도 AI 규제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의료인도 EU 국민에게 AI 의료기기를 적용하면 이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박 교수는 "공학도들은 'EU의 AI 규제는 로봇 청소기만 빼고 다 포함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며 "효용이 있으면 위험이 따르는 게 사실이지만 고위험 AI에 해당한다고 무오류성, 대표성처럼 지키기 어려운 기준을 갖추라 요구하면 산업계가 수용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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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AI 규제 속속 도입돼━
하지만, EU와 같이 우리나라도 AI에 대한 규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 발의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EU의 '수평적 규제'를 따라가고 있어 향후 산업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EU와 달리 AI 기본법은 의료기기 제조·출시뿐 아니라 연구개발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적용 범위가 불명확해 오히려 규제가 강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I 기본법이 제정될 경우 의료 AI 업체는 해당 법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존의 보건복지부 규제를 각각 따로 준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 AI 기술의 시장진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10년이 넘게 걸렸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또다시 '암흑의 10년'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고개를 든다. 박 교수는 "AI에 대한 규제는 환자 안전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면서도 "산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규제 권한을 늘려가기보다는 혁신을 촉진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맞춤 규제'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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