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을 걷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순매수로 대응했다. 10월 들어서만 3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저가 매수 심리를 드러낸 것이다. 대체로 방어력 강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위주로 담았는데, 추가 하락세를 보여 예상치 못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0월 2~29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3조6418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주요 시장인 코스피에서 2조8940억원, 코스닥에서 7460억원가량 주워 담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조5572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다. 기관도 3582억원 순매도해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개인과 외국인·기관, 두 축으로 수급이 엇갈렸다.
개인은 불안정한 시장에 대응하고자, 비교적 방어력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10월 순매수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다. 4조1527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7월 8만8800원으로 연중 신고가를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보였고 8만원, 7만원, 6만원 선이 차례로 뚫렸다. 이달 들어 주가(29일 종가 기준)는 3.09% 하락해 5만전자로 주저앉았다.
3분기 실적까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며 하방 압력을 더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어 밸류이에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은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은 당사 추정치를 하회했다"면서도 "이익 전망의 둔화, 부진한 세트 수요, 일회성 비용 반영 등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에서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주 현대차(3429억원)와 기아(3220억원)가 개인 순매수 상위 2, 3위에 올랐다. 다만 주가는 각각 8%, 6.21%씩 떨어졌다. 두 종목 모두 상반기 가파르게 올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외인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게다가 3분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의 반영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4분기 실적 회복과 주주환원 정책이 반등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차전지 기업들에도 개인의 매수세가 몰렸다.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는 LG화학(2353억원), POSCO홀딩스(1549억원), 삼성SDI(1440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평균 손실률은 10%에 달했다. 부진한 전방 시장 업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불확실성도 악재로 반영됐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 등도 개인 순매수세가 짙었으나, 주가는 하락했다.
국내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1491억원)은 7위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20만원 선을 회복하며 본격 반등을 시도했지만, 현재 12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달 들어서만 18.42% 떨어졌고, 연중 최고가 대비 40% 빠졌다. 매출 비중이 큰 중국 사업부 중심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따라 영업적자 폭이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주 LG이노텍과 LG전자는 나란히 9, 10위에 올랐다. 순매수액은 각각 1331억원, 1319억원이다. LG이노텍의 경우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과 세트 수요 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고, 투자심리도 악화했다. 18.81% 내려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LG전자도 어닝쇼크(실적부진)를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6% 감소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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