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직을 맡았던 정유경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을 깨고 곧바로 (주)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총괄 사장에 오른지 9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은 앞으로 백화점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예상돼 온 수순이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4월 남매 간 지분 교환,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 주식 추가 매입 등을 통해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 계열사 양분 구조를 만들었다. 2019년에는 (주)신세계와 (주)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했다. 이때부터 각 사업 부문에 기획전략본부를 별도로 설치했다.
정유경 회장이 최대주주(18.6%)인 신세계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아울렛, 면세점, 의류·뷰티, 가구 사업 관련 계열사를 운영한다. 앞으로 이들 계열사에서 정유경 회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품기획, 예산 지출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 대표 인사까지 경영 전반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커머스 자회사인 SSG닷컴만 이마트와 신세계가 양분하고 있지만 추후 이마트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로 신세계(24.4%)보다 높다.
현재 자산 총액은 이마트 부문이 43조100억원으로 백화점 부문(19조400억원)보다 2배 이상 크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백화점 부문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이마트 부문은 매출 29조4722억원에 영업적자 469억원을 기록했고, 백화점 부문은 매출 6조3571억원에 영업이익 639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부문 매출은 14조2627억원에 영업이익 125억원이며, 백화점 부문은 매출 3조2091억원에 영업이익 2805억원을 거뒀다.
실질적인 계열 분리 시점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때도 1993년에서 1997년까지 4년여간 진행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 분리 관련 법률 검토와 타임테이블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계열 분리를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등 별도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계열 분리 이후 이명희 총괄회장의 후속 지분 증여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총괄회장은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 중이다. 이 총괄회장은 2020년 9월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를,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를 각각 증여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 총괄회장의 후속 증여 계획도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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