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 대해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매긴 점수는 'D-(D마이너스)'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둘러싼 정쟁이 국감을 집어삼켰다. 정부에 대한 감시라는 국감 본연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권을 제한하거나 수시로 감사 중지와 재개를 반복했다. 막말과 삿대질도 빠지지 않았다. 국감이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관행과 행태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9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및 관련 기관 대상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회는 지난 7일 시작한 2024년도 국정감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다음달 1일까지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들에 대한 국감까지 마치면 22대 국회의 첫 국감는 완전히 종료된다.
이번 국감에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상 최대규모인 총 802개 기관이 피감 대상으로 선정돼 17개 상임위의 감사를 받았다. 국감의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만 500명을 넘고 참고인까지 합쳐 1000명이 소환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책 질의보단 정쟁을 위해 불려나왔다. 상임위를 불문하고 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도마에 올랐고,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회피를 위한 '방탄 국감'을 만든다고 맞받았다.
일례로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2022년 0명, 2023년 6명이었던 일반 증인이 85명으로 급증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일반 증인만 149명을 불렀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증인을 신청하고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신청을 일방 처리한 결과다. 소수인 여당은 증인 의결 시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항의했을 뿐 별다른 저항수단이 없었다.
각종 의혹 규명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위원당 하루 질의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증인심문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의원당 5분 정도임을 고려하면 마구잡이식으로 증인을 불렀다는, 국회의 '갑질' 논란이 불가피하다.
일부 상임위원장의 진행방식도 논란으로 남았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7일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발언이 전체 의원 감사시간의 19.9%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여당 위원의 발언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18일 서울고검 대상 국감에서 소속 위원 평균질의 시간의 5.75배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희 위원장은 이같은 국감 진행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당하자 "의혹제기에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맞제소하기도 했다.
국감 막말 논란은 올해도 이어졌다. 피감기관장에게 "정신병자"라고 하거나 올해 4월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청와대 공연 전후상황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를 "기생집"이라고 표현, 국악인을 비하했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국감 막바지에는 법관 출신 기관 증인에게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한 발언까지 알려지며 국회의 품의를 손상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에 의석수가 치우쳐있는 현재 국회 구조상 정부를 견제한다는 국감 본연의 취지보단 야당이 정부를 통제하려 들었다는 게 맞는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과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 등 국감이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일부는 국회 모독죄를 운운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국감에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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