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혼자 못 두겠어요."
30일 낮 12시30분 경기 안산시 단원구 A 초등학교 앞. 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학부모들이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음이 급한 한 학부모는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가 아이 손을 잡았다.
8살 딸을 데리러 온 40대 B씨는 "원래는 아이 혼자 집에 왔다"며 "조두순이 이사 온 것을 안 이후로는 너무 불안해서 꼭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런 사람은 산꼭대기에 혼자 살아야 한다"며 "적어도 아이들 주변에는 못 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 C씨도 "딸 아이가 길을 다 알지만 학교뿐 아니라 학원도 전부 데려다준다"며 "아이 엄마들 커뮤니티에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학원 차량 운전기사와 담당 선생님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차량 운전기사 D씨는 "우리 학원도 조두순 때문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71)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별안간 '조두순 이웃'이 된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특히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옆집에 조두순이 산다고 생각해보시라"며 공포감까지 보였다. 조두순 거주지 반경 1.5㎞ 내 초등학교는 4곳, 어린이집은 30여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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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건물에 사는 학부모도 있어…주민들 "조두순 오고 길거리 아이들 사라져"━
조두순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사는 학부모일수록 불안감은 더했다. 조두순 앞집에 살게 된 30대 E씨는 "아내가 정말 많이 걱정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만 4살 유치원생 딸의 손을 잡고 등원길에 나서다가 "몇 년 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등하교를 혼자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너무 꺼림칙하다"며 "그 사람이랑 같은 건물에 사는 학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하교 시간 후 거리를 채우던 아이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이 일대에서 13년째 살고 있다는 60대 F씨는 "최근 1년 동안 젊은 부부들이 많이 이사 왔다"며 "초등학교도 있고 유치원은 4개나 있는데 조두순이 온 이후로 거리에 애들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F씨는 "애들이 밖에 나와 놀지 못하고 가끔 보이는 애들은 항상 부모가 손을 꼭 잡고 있다"며 "원래 유치원생도 혼자 다닐 정도로 평화로운 곳이었는데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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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거주제한 왜 안 하나…주민들, '제시카 법' 공감━
주민들 사이에선 조두순 등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0월 '한국형 제시카법'으로 불리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안'이 입법예고된 뒤 올 1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법안에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약탈적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법원이 거주지 지정 명령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 G씨는 "하루 아침에 우리 동네에 조두순이 살게 된 건데 누가 좋아하겠나"며 "옆 집에 조두순이 산다고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50대 주민 H씨는 "지난번에도 밤에 나온 적이 있다는데 왜 이렇게 살도록 허락해주는지 모르겠다"며 "꼭 필요한 법이 왜 통과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두순은 지난해 12월 야간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외출했다가 올해 3월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후 지난 6월 수원구치소에서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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